걷기일기.2

[스크랩] 구파발에서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13. 00:37
참 좋은 봄하늘

주변의 산을 보니 활짝핀 개나리 진달래가 자신들의

자태를 봄내고 있었다.

작업하는 후배의 집에서, 겨울에는 안쓰던 창고같은 방에서

자고 나왔다. 얼마만에 침대서 자보는 건가... 흠

오! 저쪽 구석에서 있던 하얀 진돗개 백구가 보였다.

나를 보고 짓을까 말까 고민하던 그러나 뭔가 안타까운듯

내게 말을 걸려하던 아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개줄에 묶인 백구. 그도 나처럼 봄나들이를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좋은 화창한 연휴의 첫날 봄을 맞고 싶어서.

그런데 아 너무 이뿌다.. 한번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하이얀 털 그리고

블랙 초코렛보다 더 윤기 있게 빛나는 개 코!..헉스~ ^^

살짝 문을 닫고 나왔다. 머리도 못감고 면도도 못하고... 이런 쯧쯧

다행히 가방에 날이 맛이 간 빗이 하나 있길래 어느 작은 병원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머리를 좀 다듬었다. 흠흠...

사람들의 표정으로 요일을 가늠할 수가 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의 아침은 정말 어둡다.

새롭게 한 주의 고달픈 일과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금요일부터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다. 환한 표정만큼이나

밝은 봄햇살을 맞으며 좀 걸었다.

불광동 시장을 걸어간게 기억이 남는다. 시장사람들의

활력. 엄마와 이모를 따라 장보러 간 두 딸들은 재잘재잘 뒤를 쫒아가며 나름대로 참견도 하고 물건도 골라보고 무척 신나고 재밌어 한다.

아이들에겐 여전히 신기하고 호기심이 가득찬 세상이다.

그리고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좀 오래 한가로이 구경을 하였다.

파주 , 문산 그리고 서울 근교로 가는 사람들.

등산이나 성묘를 가는 사람들이다. 아님 군대간 남자친구를 면회를 갈 지도 모르고....

매표소는 굳게 잠겨있었고 허름한 나무 의자위에는

노숙자와 정신이 조금 나간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사연은 어쨌건

그들에게도 겨울보다는 이 봄이 견디기 덜 어려우리라.

그래서 음료를 뽑으러 달려온 소녀가 자판기에서 다가오자

헤죽헤죽 웃으며 다가가 환영하고 그 소녀가 난감해하고

무서워 도망가도 그는 노여워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봄을 환영하는 인사를 하는 것이다.

재래시장과 더불어 시외버스 터미널은 과거를 반추할수 있는

인민들의 삶을

돌아볼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지금의 부모님들은 이곳에서 만나 사랑하고 편지를 나누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가족이 되었을 것이다.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에 봄나물 뜯던 국민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쑥뱅이 다리에서 바가지에 이것저것 뜯어서 가져가니

다 그냥 풀이고 먹을 것은 별로 안됐던 그때말이다.

재작년에도 난 어머니와 잠시 봄나물을 뜯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할머니는 그냥 차에

앉아서 나물 캐는 우리 모자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냉이 달래를 무쳐도 먹고

된장국도 끓이고 그랬다. 언제 그런 시절이 다시 올지 모르겠다.

이제 할머니는 그 땅속에 누워 다시 모자를

만날 그날을 기다릴지 모른다.

대지의 자양분이 되어서...

마냥 걷고 싶은 그런 봄날이었다.

그리고 얼마간 그냥 그렇게 걸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추억을 만들고

되새기고 찾으러 떠난다.

p.s 5일은 토요일이자 식목일이자 동지로부터 105일째 된다는 청명. 6일 일요일엔 한식이다. 청명은 밭갈이를 하는 농사의 시작이고 한식은 예전에는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이었다고 한다. 한식은 조상의 묘에 성묘를 가는데 그 사연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참고로 네이버 검색에서 24절기를 돌아보고 유래를 보니 참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왜 중국과 관련이 없는 것이 하나도 없을까? 그마저 부정한다면 뿌리를 거절하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 사정에 맞게 변형하고 맞추어 살았으리라... 난 그래서 지금을 반성하고 옛날 사람을 기억해 내게하는 -비록과 아쉬움과 슬픔이라도-

24절기가 고맙다. 반가운 것이다. 아 기쁨이란 얼마나 간사한가 얼마나 쉽게 잊혀지고 사그러 드는가.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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