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길

[스크랩] 경기도 이천 여행기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12. 21:53



춘천에 이은 이천여행-
지 지난주 춘천(春川)에 이어 어제 제가 다녀온 곳은 이천,
경기도 이천(利川)이었습다.
연말이 되면 무엇이든 이게 올해의 마지막이라던가 몇 번째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12월이면 어딜 가도 누구를 만나도
시간의 한계성으로 서로의 관계를 되새김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참 대단한 인연인 것이 형제들,
부모님과도 헤어져 살고 어쩌면 친구들보다 더 자주보지 못 할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처음 알게된 모임과
뚜벅이 친구들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천에는 제가 서울 올라와서 처음 사귄 친구가 있는 곳이죠.
제가 많이 어려울 때 술 사주고 용기를 복돋아 주고 무엇보다도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던 친구.
이제 제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습니다. 많이 힘들어하거든요.
친구가 몸이 않 좋아서 오래 있지 못하고 친구와 헤어진 후 혼자
심심하게 서울로 돌아오기 싫었습니다.

이천으로 가고 오는 방법-
이천으로 갔다가오는 방법은 보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이천행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가 갈때도 역시 이천 버스 터미널에서
동서울로 돌아갑니다. 버스는 한 50여분 걸리죠. 이 방법을 갈때마다
이용했죠. 그런대 친구는 자기 사는 동네는 잠실역에서 500-1번 시외
시외좌석 버스를 타고 종점인 동원대학까지 가서 거기서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올 때 그곳으로 왔고 갈 때도 그곳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냥 돌아가기엔 시간이 좀 이르고, 말고 좋은 날씨에
전 이곳 저곳 이천 시내를 쏘다니고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낯선 곳을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여러분은 아시는지..

나비와 아주머니-
'작두장군'큰 간판아래 함경도 이북점이란 첨자가 그려진 작은 동네에
들어섰습니다.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얼마간 주어진
여분의 시간을 쓰기에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용기가
좀 필요하겠죠. 여자분들은 그러기힘들기는 하지만요.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니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가운데로 냇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위아래로 작은 다리가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 다리에서 잠시 기대어 주위를 둘러보았죠. 천천히 관찰.
아, 저기 공중 전화박스 안에 아주머니가 보이네요. 전화기를
들고 무슨 종이를 보고 전화를 걸려 합니다. 그런데 전화가
잘 안 되나봐요. 자꾸 동전이 흘러나옵니다. 그 전화박스 아래
유리가 사방이 깨져있습니다. 그리고 갈색빛의 고양이 한 마리가
그 깨진 유리창틀을 통해 왔다갔다 하며 아주머니 주위를
둘러봅니다. 지켜줍니다. 그때 앞의 구멍가게의 아저씨가 말합니다.
"나비야!" 나비는 어느새 아주머니 발아래 앉아 보초를 섭니다.
아주머니는 안타깝게 전화를 하지 못하고 나옵니다. 고양이가 앞서
가네요. 고양이는 저 멀리 앞서 가더니 곧 앞의 구멍가게에서
아주머니 앞에서 저런 발라당 누워버리네요.
아.. 고양이의 애교짓 귀엽네요. "저 좀 봐주세요. 귀엽죠"라는 듯이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놀아주지 않고 본체 만채 구멍가게 옆의 허름한
문을 통해 들어갑니다. 그 모습이 좀 불안해 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전할수 없는 안타까움. 행색이 그러고보니 몸이 불편하신 것
같고 평소에 예뻐해주는 고양이 었는지 나비는 앞에서 벌러덩
누워 애교를 부렸는데 쳐다보지도 못하고...
이제는 공중전화앞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으면 전화하는 모습도 사라집니다.
삐삐가 있을때 우린 숫자로 마음을 표시하고 공준전화기를 찾았었죠..

설봉공원을 아시나요?-
그러다가 제 선글라스에 설봉공원이란 팻말이 보였습니다. 시내는 시장도 좀 돌아다녀봐서 알지만 설봉공원은 처음이었습니다
. 이천에서 광주방면으로 가는 국도시작부분에 있는 설봉공원 앞으로는
이천의료원과 이천 소방서가 있습니다. 설봉공원은 저기보니
이천 도자기 축제, 이천 도자기 비엔날래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제가 살던 대전 엑스포 공원처럼 말입니다. 도로 아래로 걸어 낮은
언덕을 올라가보았습니다. 아! 저수지 겨울 바람에 일렁이면서 맑은
햇볕을 반사하는 설봉 저수지가 먼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설봉공원은 이천 도자기 비엔날래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처음 설봉공원을 제대로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천 시청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인터넷 검색이라도 할까 했는데
민원실에도 없네요. 음.... 그러다 지도를 커다란 시내지도를 봤지요.
아까는 시립 도서관에 갈까도 했죠. 지도로 보니 가까운 곳이네요.

호수와 저수지를 구분하는 방법-
아시나요? 전 잘 몰라요. 하지만 호수가 더 큰 것이겠죠.
그런데 충남 논산에는 여기서 본 저수지 보다 더 큰 저수지도
있는데 하여간 분위기도 그것을 구분하기도 하나 봅니다.
저수지보다는 호수가 세련된 말투 같기도 한데 저수지는 또 시골에서
많이 쓰는 말이겠죠. 농사에 꼭 필요한 보의 구실을 하니까요.
주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설봉 저수지는 물가 주변에 나무를 쳐서
경계를 만들었는데 아주 보기가 좋았습니다. 걷기도 좋게 얇은
대리석 조각 모래같은 것이 깔려있었구요. 주변도로도 잘 정비가
되어있있습니다. 다양한 제목의 조각품들을 제목으로 보고 형체를
판단해보는 재미도 있었구요. 먼저 전 관광안내소에 가서 안내지도를
받았지요. 이천 관광안내지도인데 춘천에서 받은 것처럼 지도며
각종 유용한 정보가 많이 있어서 좋았어요.
아, 반갑게도 신미양요때 미국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어제연
장군의 고향도 이곳 이천이고 생가터가 남아있다네요.
너무 반가왔습니다. 처음 뚜벅이의 길 모임이 강화도 여행이었죠.
거기서 전 너무 느낀게 많았고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역사에
관심 많은 저에게 불리한 여건에서도 당시 장렬히 전사한 어제연
장군님을 존경하게 되었거든요. 가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반가왔습니다.

설봉산성 가는 길-
여기 설봉공원은 큰 안내 지도판을 보고 탐방을 하기로 했죠.
음, 병풍처럼 공원을 두른 산 이름이 설봉산이고 그곳 산성까지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공원은 겨울이고 한가해 보였습니다. 간혹
운동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나 등산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보이는 것
말고는요. 한겨울의 정취는 또 이런 왠지 모를 적막감에서 오는가 봐요.
그러니까 설봉공원은 앞에서 말한대로 도자기 엑스포의주무대로서
공연장이나 도자기 체험실 그리고 박물관 체육시설 등등이 곳곳에 있고
주변으로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인 설봉산성이 있는 곳이랍니다.

공원 우측으로 난 작은 산길을 올라가는데 공기도 맑고 산세도
아담하고 해서 산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드네요. 칼바위. 산에서 흔히
접하는 이름중의 하나죠. 그런데 이곳 30여분을 걸어 오른 칼바위는
좀 색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작은 잉카유적지 기분이 난다고 할까요.
거기엔 수원화성처럼 군사지휘소 구실을 하는 장대터 자리가 있네요.
삼국시대라 하면 1400여년전이라는 이야긴데... 아 물론 그 이후
고려대에도 조선 임진왜란때에도 사람이 있었겠지요. 만일 조선시대
사람이 그곳에서 여행을 하다가 이곳이 삼국시대때 만든 성터였다고
알고 있었을까요? 그때도 안내팻말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더 궁금
해집니다. 우리가 현재 대과거로 생각하는 사실은 그 이전 과거
에서는 또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가 하는 문제를 말입니다....
그곳에서 삼국의 체취를 따라가면서 능선을 조금 올라 걸으니
설봉산성터가 나옵니다, 아직 단국대 박물관에서 발굴작업을 하고
있는데 둘레가 1킬로가 넘는다네요. 각종 유물들도 발굴이 되었구요.
해발 394m. 산 정상에서는 이천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멀리 복숭아로 유명한 장호원과 중부고속도로까지요.

시인의 마음-
산을 오르면서 맞닥치는 유명시인의 시를 읽는 감흥도
남다르네요. 나무판에 새긴 시는 혼자 외롭게 여행하는
저의 마음을 푸근하게 또 겸허하게 만들어줍니다.
유구하고 장대한 역사 앞에 너무나 작은 존재로서의 개인.
그리고 지금이 지나면 금새 과거가 되고 마는 현실의 반성
. 또 어제 그리고 지난달 올해의 되새김과 반성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어는 순간 맑아져서 그냥 모든 걸 잊고 걸어가면서
산과 나무와 공기에 일체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말을 위한 기도(이해인), 의자(조병화), 네 마음에다(구상) 등등

수첩에 옮겨 적은 시를 하나 옮겨볼께요. 읽어보세요.^^*

<마음>

김광섭(1905-1977)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위에 나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매끈한 하산길-
잔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늘진곳은 눈길이구요. 이제 저 눈들이
이 산과 함게 내년 봄전가지 동행하는 하얀친구가 되겠지요.
내려오는 길도 너무 좋았어요. 평탄했고 돌하나
안보이는 것 있죠. 아 이런 곳에 같이 오고싶네요. 다시...
불머리 계단이라고 200개가 넘는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것도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두시간이면 여유
있게 산을 오르고 둘러보고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립박물관에서-
이제 다시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잘 구민 공원 쪽으로
왔습니다. 아, 그런데 저기 박물관이네요. 음, 그냥 갈 수 없지요.
입장료 500원에 관람객은 저 한명! ㅁ자 모양의 전통 한옥양식의
아담한 박물관은 크지는 않지만 정돈되고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아, 서희의 외교담팜으로 고려의 유명한 외교가 서희선생도
여기 출신이군요. 오호~ 얼마전 YTN에서 보도된지하철에서
정치풍자 노래부른 가수도 서희였잖아요, 리틀 김구라는 애칭으로.
. 음.... 하여간 짜맞추다보면 다 연관있는 인연이라니까요. 하하
아시다시피 이천하면 임금님께 진상한다는 쌀이잖아요.
거기엔 벼와 넝업에 관한 전시실이 따로 있어서 유래와
변천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금님 수라상 모형이
있어서 흥미로왔구요. 특별전시실에는 고지도특별전이 열리는데
대동여지도, 팔도전도등 다양한 옛날의 지도를 확인하였습니다.
아, 저당시 어떻게 저렇게 전국을 헤집고 다녔으면 저런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 옛날 김정호 선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은
정말 우리 뚜벅이들의 왕 선배님이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서울로 가는 길-
박물관 뒤편의 도자기박물관은 시립박물관내의 토기로 대신하고
나머지 맑은 저수지물가를 따라 설봉공원을 나왔습니다. 다음에
우리 두벅이 친구들과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네요.
평범함을 선천적으로 거부하는 저로서는 가까운 시내로 나가
터미널서 버스로 가는 안락함을 버리고 행정구역상 경기도 광주시
의 동원대학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설봉산성서 보니까 꽤
멀리보였는데 두시간이면 도겠다 싶어서 그냥 길가를 다라 걸었
습니다. 아,, 그런데 멀긴 머네요. 휴... 무엇보다 인도가 중간에 끈
겨서 좀 위험한 차길 가로 걸었다는게 아쉬웠습니다.
눈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사람을 대할때나 길을 걸을때나...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인도를 안 만들었지만 그래도 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바 모자를 걸치고
로도 일등과 이등 복권판매처라는 시골 대형 수퍼에서
녹차 베지밀을 사서 마시며 돌아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난했습니다.
자동차의 먼지와 바람들.... 빠르게 차에 얹혀 가는 사람들
난 잠시 내가 걸오온 길위에서 걸오온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습니다.
그나마 각종 대형 도자기 판매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는 걸로 달래야했습니다. 그리고 이천쌀밥
전문점이 도로 양쪽으로 보이는데 한정식 가격이 좀 비싸서 그냥
구경만 하고 왔죠.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고개를 하나 넘으니
드디어 동원대학 잠실서 오는 버스 종점입니다. 휴....
다리도 아프고 중간에 포기할까 했는데 오기가 생겨서 걸었죠.
버스는 광주 시내 곤지암 그리고 고속도로를 경유해
천호동을 지나 화려한 조명불빛과 인파속의 강변역에 저를 떨궈줍니다.

길에서 배운다-
혼자 걷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거기다가 낯선 곳을 찾아 걷는 다는 것은요?
나를 찾아서 또 문화와 역사를 찾아서 떠나는 뚜벅이 여행.
아직도 저에겐 걸어야할 곳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은것 같습니다.
그 길을 걸으며 살아가는 사람과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에서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걷는다는 것이 과거로의 단순한 회기가 아닌 삶의 후회가 아닌
내일을 위한 작은 발걸음 이고싶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길을 떠납니다.

BGM : 가야금 3중주를 위한 캐논 -이병기-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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