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일기.2

[스크랩] 영등포 평생학습관으로 가는 길(6)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13. 00:55
새벽녘에 잠들어 죽으듯이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습니다. 휴대폰 알람이 울리지 않았나? 시간을 보니 9시 10분. 이런! 대충 옷을 입고 역으로 뛰어내려갔습니다. 수락산역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릴텐데 늦었구나. 젠장. 근데 전확 왔습니다. "아 황규석 미안하다. 피곤해서 나도 약해지나봐 어디야?" "지금 역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그래.. 너도 참 대단하다. 하여간 이거 다시 연락을 하마" 부스스 날이 선 머리를 쓸면서 돌아왔습니다. 차라리 잘 됐는지모르겠습니다. 아 정말이지 엊그제 심한 걷기로 온몸이 뻐근합니다. 비로 전확 와서 난 그래도 가야된다고 말하고 선생님이 안가면 나야 머 어디라도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하니 선생님이 오후에 깨면 전화를 주신다고 했는데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달콤하지만 좀 무거운 낮잠을 자고 나선 곳은 영등포 평생학습관입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 대신 이렇게 평생학습관이라고 불리우네요. 거긴 영등포시장역쪽이라 제 집에서 걸어가면 한 40여분 정도 걸리는 길이지요. 집근처 병무청을 지나 내려가면 해군복지관이 있어요. 여기는 어느 물건은 슈퍼보다 싸기도 해서 종종 이용합니다. 거길 내려가면 대신시장이라는 작은 시장이있습니다. 그래도 좀 번화한 곳이지요. 이곳을 지나서 영등포역으로 가는 길은 여정의 반정도 되는 길입니다. 오늘은 영등포 공원쪽으로 가지 않았지만 영등포 문화원이 있는 영등포 공원도 바람을 쐴만한 곳입니다. 아마 상행선 열차의 종착역인 서울역에 가기전에 영등포 역에서도 많은 승객들이 내리잖아요. 여기서 보이는 곳이 바로 영등포 문화원이고 농구장옆으로 잔디밭이 보이는 곳이지요. 이길로 가지 않고 영등포역 뒷길로 가는 길은 영등포 고가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있는 길을 이용해야 합니다.

역에서 공중전화를 걸었습니다. 100원넣고 한통화 하니까 20원남데요. 꽤 많이올랐어요. 10원할때도 있었는데... 역안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가오 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고 배웅 하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의자들에는 많은 노숙자들이 않아서 편안히 자고 있습니다. 늦은 밤에 역구내을지나치기도 하지만 그때는 난방도 안되고 사람도 적으니 오히려 이렇게 사람이 많고 붐비는 시간에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 아닌 무력감을 쉽게 느낍니다. 안따까운 것은 나이드신 할머니들도 꽤 있다는 사실입니다. 점점 부모님을 모시기 싫어해서 방치되는 노인들. 그리고 버려지는 그들,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이제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는 분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마음 나쁜 그들의 자식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등포역 지하는 상가가 아주 큽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나칩니다. 상가는 활력이넘치는데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 경기를 느기게합네요. 그래도 일요일은 표정이 나름대로 작은 안도의 표정이 있습니다. 단 하루지만 외국인 노동자들도 쉴수 있는 날이라서 역근처에 모여 고향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다닐수 있으니까요.일요일의 표정이 그래도 작지만 미소가 있다면 월요일 사람들의 표정은 무겁고 어두운 것 같아요. 다시 한주를 시작한다는 막연한 두려움. 더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은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환경을 맞는 사람들이 가지는 어던 말못할 경계감이 있으니까요.

영등포 평생학습관은 외관상으로는 좀 날고 허름해 보이는 4층 건물입니다. 예전에 학교 건물로 썼던 것 같네요. 전 먼저 멀티미디어 자료실에 먼저 올라갔는데 새롭게 변화된 내부 인테리어와 엘씨디 모니터 등 장비가 좋아져서 피시방 저리가라네요. 아쉽게도 5시에 문을 닫아서 오래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종합자료실에 가서 보니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나이드신 분들이 더러 보이네요. 중년의 아저씨들 같아 보이는데 보기가 좋았습니다. 배우고 깨우치는 데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겠지요. 전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는데 여기도 시간이 다되었다고해서 급히 책을 빌려보기로 하고 급하게 골랐어요. 맨먼저 고르것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지난 83년에 펴낸 한국의 발견/한반도와 한국사람이란 11권짜리 책중 <서울>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료 조사와 사진등 책을 만들기위해 참여한 책입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런 책이 있다니요 우리나라 지방곳곳도 그곳의 문화와 경제 문물 등을 사진과 함께 관찰하고 이야기한 책입니다. 펴낸지 20년이 지난 책이었지만 아직 현재진행형인 서울의 모습과 비교해도 아주 재밌을 것 같네요. 각구는 물론 동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요.

다른 한권은 전에 강화도에 가서 보았던 그 신미양요에 관한 책을 찾아볼려고 했어요. 물론 근현대사에 관한 책을 가져올수도 있었으니 시간이 급하고 해서 기록문학회가 실천문학사의 도움으로 펴낸 <부끄러운 문화답사기>이었어요. 전에 만든 회원증을 내고 빌려서는 그곳 3층 열람실에 들어가 공부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반이상 읽고 나왔는데 참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글에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다시금 우리나라의 친일세력에 대한 재정립과 청산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다음에 다시 소상히 책에 다한 이야기와 소감을 이야기해 드릴께요. ^^

돌아갈때는 부슬부슬 가랑비가 흩날립니다. 머리 감기 싫어서 모자도 스고 같지만 이때는 후드잠바가 좋아요. 모자를 이중으로 쓰고 책을 허리에 끼고 영등포 시장통을 걸어갑니다. 비오는 날 걷는 재미도 남다릅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순대국밥집에서는 침을 골깍 삼키기도 하고 어스름한 불빛의 이름도 재밌는 이도령 치킨집 앞에서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절로 생각나기도 하지요. 다음주에는 또 어떤 일들이 나의 두눈에 펼쳐질까요?

여기서 제 이야기가 끝난줄알았죠? 저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친형님을 만나러 압구정에 가서 멀 받아왔어요. 버스 타고 가서 올때는 노량진에서 내려 걸었습니다. 아 누가 저 좀 말려주세요. 헤헤.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어가서는 싱씽한 생선들을 눈으로 샤워한다음 전과는 다른 길을 개척해볼려구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노량진 근린공원이란 곳도 있네요. 거기에는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구하고 대방동하고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자그마한 비가 있네요. 음.. 아, 전남학사라고 그곳 지방에서 서울 유학생을 위해 마련한 기숙사인가봐요. 조용한 곳이라서 정말 공부가 잘될 만한 곳에 원룸 아파트형식으로 지은 멋진 곳이었습니다. 집에 오기전에 슈퍼에 들릅니다. 계란 한판하고 커다란 쏘세지 하나 샀습니다. 하하. 소주도 한병 샀고요.

여러분 일요일 날씨가 좀 않 좋아서 다들 집에서 푹 잘 쉬었겠지요? 음 퇴근할때나 집에 올때 두 정거장 앞에서 내려보세요. 그리고 걸어서 가보세요. 물질 문명의 도움 없이 원초적인 걸음으로 살아있음을 숨쉬고 있음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운동선수들이 동계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일반인들도 이런 동절기에 체력을 비축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몸을 단련시킨다면 여름에 지치지 않으실거고 잔병치래도 안할 것 같아요. 안그런가요? ^^ 이상 애니타임 애니웨어 워킹뽀이, 참외배꼽의 야그였습니다. ㅠㅠ . 한주일도 건강하세요....











============================================
▷◁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