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스크랩] 7호선이 한강을 건넌다.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13. 00:03
7호선이 절룩이는 물에 불린 사람들의

몸을 태운다.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혹은 마감하는

새벽에, 사람들은

커다란 쇠로 만든 인큐베이터 안으로 기어들어가

부족한 잠을 다시 청하고 있다.



열차는 곧이어

한강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난다.

깜빡 졸았던 마음을 잡고

건성으로 읽던 소설책을 접고

가만히 고갤 돌려 몸을 돌려 유리창에 기대 한강을 바라본다.



간밤에 소리없이 번개가 요동을 치고

뜨거운 솥뚜껑에 돼지기름 두를때 내리는 소리처럼

여름비가 동틀무렵까지 쏟아졌다.

고요한 적막에 쌓인 한강을 비취빛 전철 통유리를 통해

기대어 바라본다.



오히려 잔잔한 강물들이 철교 다리 아래 강에 머물러있다.

오리배들이 열지어 도열해 있다.

뽀사시한척하는 회색빛 아프트와 건물들이 물안개 너머로

숨을듯 덤덤히 덩그러니하다.

가느다란 신음이 비집고 나온다.

그리고 나도

오리들도 회색물체도

달아나려한다.



몸을 틀어

다시 주위를 훑어본다.

지친 사람들, 가녀린 사람들, 나이든 사람들

옷깃을 여민다.

여름 답지 않게 선선하다.



7호선이

한강을 건넜다.

비가 다시 오려는지 하늘은 더욱 검어진다.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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