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길
-그, 가을 바람을 걷는 그의 그림자- 그의 삶은 그림자를 갖는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그 나날들은 추억을 남긴다.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 청춘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 남자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가을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보였다. 가을의 햇빛이 사라지면 가을 바람이 분다. 낙엽이 서로 뒹군다. 사랑이 변할 때, 생활이 변할 때 계절의 바람이 분다. 가을이 끝날때면, 만추(晩秋)의 바람이 분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부르는 바람이다. 잔잔한 하늘에 유유히 떠있는 한 조각 구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가을 길 위에서 주인 잃은 강아지도 길을 걷고 밭을 가는 소들도 자신의 길을 간다. 발 없는 지렁이도 부지런히 습한 땅속 길을 걸어간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 인생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은 그 사람만의 길이다. 거기엔 굽은 길도 있고, 똑바로 펼쳐진 길도 있다. 걷다가 언젠가는 자신의 길을 되돌아 볼 때가 온다. 저 멀리에 친구와 헤어졌던 길이 보인다. 그 길의 저편에, 필사적으로 살아왔던 청춘의 나날들이 보인다. 되돌아보면서 미소짓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부드러운 눈길로 청춘의 갈림길을 쳐다보고 있었다. 옛날로 되돌아가는 길은 없다. 그는 미소지었다. 슬픈 미소였다. 청춘에 등을 돌리고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출처 : ㅡ세상걷기ㅡ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