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스크랩] 도시의 잉어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8. 14:26

봄비가 또 오려나 보다.

난 지금 비를 마중나왔다.

사람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종종 비를 기다리기도 한다.

 

정자역과 수내역 사이 탄천(숯내)길을 걸었다.

평소보다 이른 퇴근길,

트렁크에 구두를 넣고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넥타이를 풀러 양복주머니에 넣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두개 풀었다.

 

첨벙~! 물튀는 소리

휙 하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잉어였다. 이름만큼 검지 않지만 짙은 회갈색 물살이 

조금 가라앉은 곳에서 나는

걸어가다 멈추었고 붕어는 자맥질을 하고 유영한다.

등지느러미가 강아지 꼬리 흔들듯 살랑거린다.

 

봄바람이 가슴팍을 파고든다.

가슴을 벌려 안아주었다.

1년전 나는 이방인이었다.

지금 1년후

나는 아직도 이방인이고 싶어했을까?

 

추억,

밥만 먹고 살수 없듯이 우린 추억이란 되새김질 속에서

지난 삶을 반추하며 느꺼워한다.

그것이 고통이고 슬픔이건 기쁨이건...

 

나역시 추억을 먹고

현실이라는 강물에서 자맥질을 한다.

어둡고 탁한 강물에서 먹이를 찾아헤매고 있다.

 

도시의 잉어는 봄비를 기다린다.

 

나, 줄 풀린 집잃은 똥개처럼

봄비 오면 좀 젖은 머리카락으로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어딘가 헤메고 싶어진다.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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