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스크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8. 14:23

S#.1

집근처 아파트앞 상가 건물.

 

샤터는 내려갔으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안에 남아있다.

EXIT는 열려있겠지...

사랑이 싹트는 걸까?

아서라! 괜한 상상.

펼쳐라 꿈! 미안하다 이런 세상을 넘겨줘서...

지치지 마라.꿈꿔라 중고딩이여 

 

S#.2

원주(횡성)공항

 

안에 들어섰다.

밖은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다.

사람이 하나도 없다.

무료해서 티브이를 켰다.

유령같은 공항.

나 혼자 그냥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 적막함이 좋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슬퍼할 것도 없는...

 

 

S#.3

섬강에서

 

하늘까지의 그 섬강,

야유회를 나온 4명의 젊은 여인들

작은 천막안에 드러 누워있다.

도도히 르르는 강물위로

까르르 웃는소리가 둥실거리며 흘러간다.

황사먼지가 대수냐.

 

 

S#.4

새벽 퇴근길. 11시 55분 30초

 

검은 비닐봉지가 바삐 뛰어 날아간다.

전봇대에 걸려 앞으로 뒤로 위로 가지도 

못하는 그 가벼운 놈,

비.닐.봉.지.

자신의 가격을 따질수 없는 참을 수 없는 그 존재의 가벼움.

너무 가벼워 미천해서 얼굴도 없이

훨훨 아니 붕붕 아니 스르르 걷다가 뛰어오른다.

하늘로 날지 못하는 니가 안스럽다.

네 고마움을 모르기에 미안하다.

너름 품지는 못하지만 날아갈수 있도록

내 너를 막은 시멘트 덩이에서 풀어주마.

녀석은 빨간불켜진 횡당보도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뿐이 뛰어올라 통통 날아오른다.

 

 

S#. 5

뿌연 황사먼지 하늘 고도 2000천 피트.

 

그래, 날아라 훠어얼~훠얼~!

하얀 노란 검은 비닐봉다리들이 춤추듯 날아다닌다.

그래,

다음 세상에서는

이름 가지고

태어나 니가

아무나 품어주었듯이

널 따스히 품어줄 사람을 만나길 기원한다.

 

 

호주 애(아)들레이드 빅토리아마켓 근처 거리의 음악 시인들의 멋진 음악을

인도에 그냥 앉아 방을 나눠먹으며 듣고 있는 잘 어울리는 연인의 데이트 (아래사진)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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