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일기.2

[스크랩] 신당역에서 신길동까지 한강다리 건너며...(1)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2. 21:49
참외배꼽 드디어 탄력 받았습니다. ^^; 어제 이어서 오늘 본격적인 뚜벅이의 론리 솔로 나이트 워킹..ㅋㅋ. 오후에 나갈때부터 저녁에 집에 오는 행군(^^;)길에 쓸 요량으로 작정을 하고 모처럼 등짐지는 배낭에 조깅화와 츄리닝바지를 넣었죠.

어디부터냐면요. 신당역에서 대방역 신길동 서울지방병무청 앞위의 저희 집까지요. 음... 작년에도 두세번 걸은 적이 있지만 요새 워낙 운동량이 부족한데 잘 걸을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답니다. 신당역 옆의 중앙시장에 제가 잘(종종) 가는 작은 식당이 있어요. 3년전 처음 서울 올라와 쓰린 속을 달래려 육개장집을 찾았는데 발견한 집인데요. 보리밥과 백반이 전문인데 야채 쌈은 기본으로 나오고요. 1인분 3500원이면 푸짐하게 먹을수 있어요. 커피도 타서 먹으며 나갈수 있구요. 밥도 많이 준답니다. 막걸리 한잔에 생선갈은 장에 야채쌈 한입. 이 중앙시장에는 다음에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 하겠지만 아주 싸고 맛있는 곳이 어느 시장 못지 않게 많답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하는 이뿐 아주머니가 하는 혼자 일하는 식당에서 오늘 저녁 일행과 닭도리탕에 소주 한잔 걸치고 호기있게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요. 일행와 해어지고 나서요. 머 자랑할일도 아니고요. 제 은사님만 대단하다 너두 하고 걱정반 부러움반 격려반 거들었구요.

행군(>~<)을 한 시각은 밤 9시 10분쯤... 충무로 명동 남대문 시장 서울역을 지나자 좀 뛸수 있었습니다. 남영역부터는 길가에 미군부대가 있어요. 부대 안내판 카 케어 하니까 자동차 수리소도 있지만 미군 위문 어쩌구도 있더군요. 사실 생각해보면 미군들이 한국의 노른자땅위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번에 부시가 수틀리면 철수 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가라면 가라죠 머. 이참에 ㅋㅋ. 아니면 서울 한복판 보다는 다른 곳으로 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규모도 좀 줄여서요. 미군부대를 지나니 생각나는게 지지난주 강화도 걷기 여행중 그곳에서 많은 외침의 흔적을 보고 느끼었잖아요. 저 거기서 충격받았지요. 강화도는 천천히 다시 공부하면서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프랑스 함대의 병인양요, 미국 함대의 신미양요, 일본의 윤양호 사건 그리고 강화도 조약... 그리고 임오군란(참 동대문 운동장이 예전에 구한말까지도 군사를 훈련시키고 말을 먹이는 곳이었다는 군요. 지금 기억이 나네요.)으로 이어지는 슬픈 한국의 근대사. 특히 우리가 갔었던 광성진에서 어제연 장군(경기도 이천에 생가가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이하 장졸들이 소진했었던 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었어요. 작년에 우리 촛불시위하고- 솔직히 전 한번도 참석 못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여간 이거 옆길로 이야기가 옆길로 셋는데 미군부대가 용산에서 나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철수를 원하는 것은 아니구요. 거기를 기념하는 장소만 남기고는 공원이나 녹지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아파트 짓는 멍청한짓 말구요.

용산역을 지나면 한강다리가 나옵니다. 한강대교라는 이름이지요. 자료를 찾다보니 한강다리처럼 사연 많은 다리도 드물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자료는 첨부하였으니 읽어보시구요. 하여간 한강다리교각은 가운데 자그만 섬을 통과해야하는데요. 그 섬은 이름이 머더라...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한강에는 몇 개의 섬이 있잖아요. 야의도도 그중에 하나구요. 음... 질문은 질문을 낳고...^^;; 하여간 이작은 섬은 다른 한강다리들처럼 조명이 잘 되어있어서 아름다운데 정작 한강대교를 지나자마자 건너는 한강철교는 무슨 실내포장마차에서나 볼수 있는 등불이 아치형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세워져 있어서 좀 촌스럽네요. ㅎㅎ

그런데 이 한강다리는 아시겠지만 6.25사변때 폭파가 되었었잖아요. 지금 그 철교를 건너다가 잠시 강물을 바라봅니다. 피난 보따리를 매고 건너다가 강물에 수장된 우리의이웃들 가족들이요.... 지금쯤 편안하게 안식을 구하길 바라면서 그들의영혼을 위로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어두운 늦겨울 밤이라 한강물 빛 역시 검은색입니다. 출렁거리면서 잠깐씩 반짝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다리를 지나면 바로 노량진이잖아요. 학원가로 유명한 곳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이 다리에 낙서를 했습니다. 평소에 여러분들 고향이 서울이신분 혹시 한강 다리 한번 걸어서 건넌적 있나요? 아마 별루 없을 것 같아요. 일단 차들도 위험하고요... 하여간 그 다리에 써있는 짧은 사연들 읽어보면서 건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거의 첨부터 끝까지 있으니까요. "정아랑 철수 첨 뽀뽀 하다" "재수는 다시 안해. 우리 학교 서울대정문에서 보자!!!(서울대 개혁해야함다 ^^; 차메베꼽생각) 2002년 7월 14일 여기서 오바이트 하다." "니 나 좋나? 반했나?..크카하핫" "아 이 추운데 혼자 오니... 담에 같이와야징" "미라, 정아, 현수, 정희 우정 변치 않기를.." 등등 가지각색의 사연들이 주로 하얀 네임펜으로 되어있는 것 같아여. 근데 궁금한게 여기 올 때 쓸려고 펜 챙겨 올생각을 미리 하는지 그게 궁금하네요. 서울 근교 산들 정상에 가보면 바위에 어김없이 이름 써진 것 처럼요... ^^;;

한강다리를 지나서 바로 아래로 내려갔어요, 노량진쪽은 붐비니까 강변 자전거 조깅 전용도로로가 있거든요. 전에는 좀 달려서 여의도에서 저기 한강다리 위에 까지도 갔었죠.어느 여자분이 달려가네요. 이 깊은 밤에 자전거를 탄 고시생 같은 분도 한참후에 지나가구요. 그러나 거의 사람이 없어요. 무섭지 않냐구요. 전혀요. 그냥 강바람을 마시며 기분좋게 걷다가 뛰다가 했습니다. 이제 좀 열이 올라서 근육이땡기는 느낌도 가지게 되네요. 좀 더 가면 여의도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제방이 안된 부분이 있어요. 여기 내려가면 무슨 바닷가처럼 강물이 잔풀들과 작은 강가의 뻘로 치는 모습을 볼수도 있답니다. 위치만 잘잡고 찍으면 무인도나 어디 먼 시골인것처럼 사진도 찍을수 있지요. 거기서 나와 서울교로 향합니다. 지금 다리아래 커다란 한강둔치 주차창(월정 6만원이라네여..)옆으로 한창 큰 공사중인데 무슨 공사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 이렇게 해서 대방역 지하도를 통과하여 집에 오니 11시 50분이네요. 휴... 정성껏 발을 씻고 맨소레담 로션을 골고루 발라줍니다.

두서없이 또 이렇게 행군(걷기) 일기를 썼네요. 음... 재미있으셨는지요? 어떤때는 무작정 누구를 따라서 가고 싶기도 합니다. 길을 가다가요 누군가 -주로 제 경우는 이성이겠지요- 반대길을 혼자 걷는 경우라면 방향을 바꿔 같이걷고 싶기도 한답니다. 그러다가 "저 집을 한참 지나왔는데요.."라면 허걱! ㅎㅎ 걸으면서 느끼는 것이 많이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삶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하구요. 그래서 소중한 이 우리들의 공간이 사랑스럽습니다. ^^
편한밤 되세요...

출처 : ㅡ세상걷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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