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일기

[스크랩] 밤 빗속을 혼자 걷다

물에 불린 바나나 2009. 2. 8. 17:55

아이구, 이런~

어디 갔지

만보계 기록을 정리할려다가 허리춤에 손을 대보니

만보계가 안보이더라구요.

차에도 가보고 이리저리 가보았는데...

아이구 잃어버렸구나.

하니 낭패감이 밀려옵니다.

다시 사도 되지만 선물 받은거구  작고 하얀게

성능이 나쁘지 않아서 정들어 앞으로 오래계속 잘 쓸려고 했던건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아쉬웠습니다.

 

혹시 기름 넣은 주유소에 떨어트렸나해서 전화해볼까 하다가

집에 전화를 하니 침대위에 있다고 하네요. 음냐리..

전 항상 주변을 살펴야한다고 합니다.

늘 흘리고 다니는게 많아서....

^^;; 칠칠맞다고 털털하다고 부모님께 꾸중도 많이 듣죠.

에휴~~ 부끄모드.

 

어제 비가 정말 많이 왔죠?

그렇습니다. 츨근후 아침 9시부터 이곳 성환에도 비가 왔습니다.

쏴아쏴아~~ 어쩜 저리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지.

 

퇴근길, 밤 8시 분당 탄천!

그때도 비가 "쏴아 쏴아......"

반바지 반팔에 샌들 차림, 양말은 신지 않았습니다.

바로 숙소에 가야하나 할까하다가 그럼 진정한 뚜벅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작은 고장나 3단우산을 들고 탄천가로 내려갔습니다.

군데군데 빗물이 고인 우레탄 자전거도로.

사람이 하나도 안보입니다.

 

빗물이 유입된 탄천은 무섭게 화가 난듯 세차게 한강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미 신발과 발은 젖은지 오래입니다. 저 아래 분당천과 합류하는 작은

두물머리지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인공 어로가 있고 보가 있는 곳은 세찬 물줄기가 꼭 거대한 폭폭처럼

무섭게 흘러내렸습니다.

저기에 빠진다면 휩쓸려 내려가겠지. 

그래도 한번 들어가고 싶다는 치명적 유혹이 잠깐 들기도 했죠.

 

도봉산 자락이나 수락산 바위에서도

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하느 이상한 호기심말입니다.

마찬기지로 어느 극점의 상황에서

내가 그 상황에 던져진다면 최악의 고통으로 산산조각이 나겠지만

무한의 자유또한 느낄것 같다느 상상을 해온적도 있었거든요.

 

강물이 소리높여 노래부르고 울고 있을때

그많던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어두운 초여름 비오는 밤

어디서 잠자리를 잡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제 밤비 속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비와 하나간 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P.S  비가 들이닥치지 않은 다리 아래,

누런 가로등 불빛이 빗물안개를 헤치고  스멀스멀 비추는

그 잿빛 시멭트 다리아래의 그 처연한 적만감이란....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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