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컬트

문예패 찾아가기 - 씨네마떼끄 ‘컬트’ (1996.09.16)

물에 불린 바나나 2022. 6. 15. 10:28

커피숍 한 구석에 난 통로로 들어가니 시네마떼끄 컬트(이하 컬트)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에는 비디오와 탁자 하나, 의자 몇 개, 그리고 테이프가 꽂혀있어 매우 아담한 느낌이 들었다. 또다른 통로에 약 20여 좌석의 상영실이 있었다. 컬트는 영화의 출발과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모든 역사를 수집ㆍ보관하며 수용자의 시각에서 감상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대전영화공방인 컬트는 조그맣게 시작됐다. 현재 컬트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황규석씨가 93년 9월 컬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세상이라는 작은 영화모임을 결성했다. 거기서 현 컬트 사장인 이석호씨를 만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컬트를 조직하게 되었다.


  올해 6월 ‘우리들이 숭배하는 마지막 컬트’라는 제목으로 창립영화제를 갖은 후 7월 ‘가까운 나라, 먼 나라’, 8월 ‘컬트는 호러영화 파티중’, 9월 ‘컬트와 떠나는 영화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1번씩 영화제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영화에 관한 논의와 토론을 하고 있다. 또한 대학써클에 각종 영화장비를 대여해주고 있으며, 강연회 개최 및 무크지 발행 그리고 황규석씨가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16mm영화도 준비중에 있다. 한 감독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토론하는 작가 영화제가 월말에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거쳐간 회원은 1백여명, 이번달은 25명이 신청했다. 1만원의 회비를 내면 한달간 회원이 될 수 있고, 회원이 된 기간동안은 마음껏 찾아가서 매일 상영하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황규석씨는 “한달에 보통 3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는데 회비 30만원으로는 컬트를 운영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장님이 운영하는 커피숍 ‘컬트’의 재정수익을 컬트에 보태고 있다.


  컬트라고 해서 이곳이 어렵고 희귀한 영화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걸작들도 찾아내어 공부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도 많이 상영한다. 황규석씨는 “홍콩 반환이 얼마 남지 않은 이시기에 홍콩영화라는 이름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홍콩영화를 진단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사랑과 관련된 영화도 한 번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컬트선언을 보면 이곳의 창업 취지를 잘 알 수 있다. ‘I. 컬트는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는 모든 영화감상자를 위해 존재한다. I. 컬트에 모든 영화는 없다. 그러나 좋은 영화, 진실한 영화는 반드시 있다. I. 컬트는 영화예술의 진보를 위해 영화관객과 함께 생산적인 담론생산과 창작활동에 이바지한다.’이다.

  사장과 총무 단 두명이 이곳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전부다. 힘든 점이 없냐는 질문에 황규석씨는 “아직까지 대전은 문화의 불모지라 시민의 참여가 부족해 안타깝지만 그래도 대전에 영화예술을 공부할 수 있는 시네마떼끄가 생겨나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황규석씨는 고등학교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아 영화엽서, 팜플렛, 포스터 등을 많이 수집했는데, 지금까지 모아온 영화자료를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몇번째 안 갈꺼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조만간 전시회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컬트가 오래 계속됐으면 좋겠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황규석씨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그러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비록 지금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어려움은 있지만 2명의 운영진과 영화를 사랑하는 회원들이 있는 한, 컬트는 대전의 대표적인 영화모임으로 급부상 할 수 있을거라고 느꼈다. 황규석씨가 컬트 회원중에 포항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영화란 꿈이 아직 우리곁에 있다고 믿는 이들의 대변인이며, 꿈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하는 이들의 또다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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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사

유택균 기자  webmaster@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