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하기에
양식을 먹는다.
걸어가면서.
천국에서 산 깁밥이다.
은박지 호일을 벗겨가며
허겁지겁 먹고 걸어간다.
급한 마음에
그것도 대충 입으로 은박지를 벗기고
김밥을 먹는데 김밥에 빨간 피가 묻어있다.
입술이 베였다.
얇고 날카로운 은박지에
그냥 건조한 입술이 조금 베였다.
살아가는 것
그렇게
베이면서 사는것 같다.
먼지묻은 서럽속의 기억들.
짐을 정리하다가
옛 추억속의 사진사이로 숨겨진
두껑이 없어진 붉은 빛이 안보이는
좀 퍽퍽한 작은 통안의 개펄에 새끼 손가락이
푹 빠졌다.
손에서 피가 났다.
아니, 그것은 인주였다.
점점 쓸모가 없어지는 인주.
날 기억해달라며
그녀는 나의 작은 손가락에 흔적을 남겼다.
내 새끼 손가락의 손톱은 그렇게
약간 어색하고 뭉클하게 발그래한 물이 들었다.
나는
어제
그렇게 베이다.
또
나는
엊그제
그렇게 물들다.
붉게...
'뚜벅이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를 잊는다는 것 (0) | 2011.11.10 |
---|---|
[스크랩] 베이다, 물들다 (0) | 2011.11.10 |
[스크랩] 소년, 빨래하다 (0) | 2011.11.10 |
[스크랩] 안녕하세요 봉순이예요...^^ (0) | 2011.11.10 |
[스크랩] 개 (0) | 2011.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