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길

[스크랩] 개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10. 22:53

봉순이와 말하다

 

'들개'라는 이외수의 소설을 너무 감동적으로 읽었었다.

봉순이가 이제 제 이름을 기억한다.

프랑소와 오종의 'swiming pool'이란 불란서 영화를 봤다.

불을 꺼놓고...

그 여자의 글쓰기. 그 소녀의 성장기

 

내가 벗어 놓은 샌들 앞에서

잠을 자는 우리 봉순이... 아니 보초를 선다.

한번은 내가 벗어놓은 빨래감위에 들어가 자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간밤에 계속 식은 땀을 많이 흘렸다.

몸이 않좋다. 지금...

혼자 앓았다고 해야할까...

 

오늘은 봉순이와 뒹굴뒹굴.

봉순이와 우유도 나누어 먹고

에이스 크래커도 나누어 먹고 호두 아이스크림도 나누어 먹는다.

봉순이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아직 아기다.

 

악몽.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겠지.... 추측한다.

희망.

그러나 그것은 좌절의 다른 신호.... 몰고 간다.

사랑.

그러나 그것은 이별의 전주곡....  U턴한다.

 

 

봉순이를 사랑한다.

창가에서 나를 바라보고 내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려한다.

그리고 나의 신발에서 나의 냄새를 흔적을 찾는다.

집을 나가고 방황하다 돌아왔을때

그 어두운 작은 방 앞에서 휑한 눈으로 몸을 일으키며

없는 꼬리 정확히는 골반과 꼬리뼈를 흔들며 애교를 부른다.

그것이 우리집 개, '봉.순.이.'다.

 

그래서 개의 말을 익힌다.

아니 익히게 되었다.

내가 개의 언어를 하려하자 봉순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하얀 마스크 팩을 하고 고개를 홱 돌리자

놀라 뒤로 물러섰던 아이(개)였다.

내가 하는 개의 말(표정일수도 있고 둘 다인 경우도..)은 다름과 같다.

 

1.놀아죠...

2.배고파

3.방가방가

4.장난치자

5.하품~~

6.넌누구냐?

7.관심없어.

 

 

 

 

 

 

 

 

 

 

-윤택수-

 

나는

이 밤에

깊이 감상에 빠지고

제 감동에 겨워 전전긍긍 살아가는

시인이다.

나도 때로는

격시를 쓰고

실망한 사람들이 용기를 얻는

힘찬 시도 쓰고 싶지만

적에 의해 가슴에 아픈 못이 박혀

철철 피를 흘려도

개천에 버려져도

나는 장엄하게 죽노라 호언하는

용자도 되고 싶지만

이 비 내리는 밤

문을 열고

울음 우는

병신같은 시인이다

개새끼다

나는


No Doubt - Don't Speak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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