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컬트

나 영화에 목숨 걸었다 -황규석-

물에 불린 바나나 2009. 3. 5. 16:15

대전에서 영화세상을 꿈꾸며...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나라의 신용평가가 곧 상향 조정이 될 것이라는 호재가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한다. 혼란스러운 밀레니엄 버그가 온다는 99년이 다가온다. 아이엠에프가 지배하는 나라 한국. 그리고 국토의 중심지면서 사통팔달의 요지인 대전에서 나는 외롭게(?) 아니 힘들게 영화를 하고 있다. 영화를 한다? 영화를 한다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 가장 우선이고 다음이 영화를 보는 일에 관계하는 일일 것이다. 크게는 상품(영화)을 파는 극장과 상품을 사는 소비자(관객)으로 크게 나누어 질 수 있다. 여기에는 상품을 공급하는 일, 상품을 홍보하는 일 등이 극장을 둘러싸고 있으며 우리 컬트와 같은 영화집단은 관객과 극장사이에서 상품을 평가해주고 상대방을 서로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93년 가을 “영화세상”이란 동호회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컬트”까지 과연 나는 영화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우리의 기대와 바람 그리고 걱정은 어느새 현실이 되었다. 책이나 소문으로만 듣던 수준 높은 예술영화를 접할 수 있을까?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일본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이제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해와 바탕이 없는 이런 영상문화의 급변은 우리 즉 영화를 아끼는 사람과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고 더욱 불확실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대전에서 생활할 사람으로서 영화와 함께 살아가며 느낀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99년에는 대전이 영화가 제 가치를 평가받고 관객들이 영화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영화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영화를 파는 극장은 우선 경쟁력을 갗추어야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극장에서는 서비스라는 개념이 필요 없었으나 앞으로는 서비스라는 이익발생 조건의 기본 개념이 도입되지 않고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여러 가지 여건상 열악한 관람환경이나 시설에 대한 새로운 투자가 어렵다지만 이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부터 확립된다면 자연 관객은 극장을 자주 찾을 것이다. 다양한 영화 마케팅 방법이 도입되어 하며 친절과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극장만 거는게 아니라 손님을 끌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고 젊고 유연한 사고로 적즉적으로 투자하고 문화사업의 일부를 담당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고객을 위한 노력이 곧 수익의 증대로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겨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단순한 재미를 쫒는 일차적인 관람형태 외에 적극적인 영화관람자세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와 함께 근본적으로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문화이자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영화관람과 행동으로 영화를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른 광역시나 작은 도시 보다 못한 관객의 수준과 선택은 좋은 영화가 근본적으로 대전에 오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이며 극장 즉 상품을 팔고 중개하는 사람들의 안일한 타성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다. 쾌적한 관람환경은 관객의 신사적인 행동과 극장의 서비스가 맞아떨어질 때 가능하다.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한 것은 이처럼 극장과 관객 판매자와 소비자 이 양방의 노력과 협조에 의해서 가능하다. 대전의 영상문화 발전을 위한 대각성이 진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컬트와 같은 영상문화운동 단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영화의 정확한 정보와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기본일 것이다. 그리하여 억울하게 사라지는 영화와 감독에게는 새로운 영광과 평가를 내려주어야 하고 지역의 영상문화운동을 꽃피워 단순한 소비도시가 아닌 생산도시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과 자료 수집등 영상문화의 기반을 넓히는 일에 더욱 더 매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더 넓은 문화의 체험을 가능케 하는 일이다. 더불어 매체의 특성상 불가능한 대전에서 대전 사람이 만든 대전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를 만들수 있고 볼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갈수록 영화를 포함한 영상문화가 우리의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은 어떤 유형의 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사람의 육체와 마음을 지배하는 원동력이 스크린에서 싹트고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권이 되고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대전에서 영상문화가 꽃 피었한다.

 

 99년에는 대전에 영상문화가 꽃피는 “영화세상”이 왔으면 한다. 극장은 시설투자를 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민들은 영화관, 영화관으로 향하고 다양한 영상문화의 연구와 교육 평가가 이루어져 말 그대로 “영화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