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길

[스크랩] 하얀 똥개 백똥이

물에 불린 바나나 2009. 1. 18. 21:11


사전 헌팅작업에 대한 최종확인과 4박 5일간 로케이션 촬영때문에 내가 찾은 곳은 20년전의 분위기가 나는 강화도의 온수리였다. 헌팅 작업중 나를 가장 반갑게 맞이한것은 온수리에서 하나 밖에 없는 대형 마트-라고 해봤자 가건물에 생필품이 잔뜩 쌓인 작은 규모-앞 공터에 세워진 경운기 짐칸에 메어진 하얀 강아지 백똥이었다. 내가 지은 이름인 백똥이는 처음 그곳에 촬영지 섭외를 갔을때 우연히 눈이 마추쳐서 알게되었다. 우리가 섭외하기로 한 단역배우들중에 지나가는 강아지1(똥개)이 필요하게 되서 주인의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고 앞발을 내밀게 해 도장을 찍고 출연계약을 하였던 것이다. 뭐 그렇다고 맛있는 것을 주기로 한것도 아니고 그날 초코파이 하나 내손에 으께서 손바닥을 놓아 먹게 해주었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맛있는 오예스 한개를 초코파이와 추카로 해서 주기로 약조를 맺었다. 그치이? 백똥: ^^*(끄덕끄덕) 이 백똥이가 얼마나 영리한가 하면 그날 첫이사후 밥을 먹으로 식당에 가기위해 그곳에 가기로 하면 저 멀리서 부터 나를 알아보고 코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겨울 바람을 만드는가하면 작은 쇠줄 -어찌 어린 나이에 너는 겨우 한평도 안되는 공간밖에 움직일 수 밖에 없니- 을 소리내어 움직이며 경운기아래로 위로 그리고 앞에 놓은 중국산 곡물더미 위로 올라가 날 반긴다. 녀석을 처음 본 지난주 월요일 김포를 지나 강화도로 넘어오면서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였는데 덕포리 덕달마을 마을회관 어르신들을 만나뵙고 협조를 부탁하고 나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오니 그 스산하고 음침한 겨울 날씨에 어울리게 함박눈이 펄펄 날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눈이 퍼얼펄~ 퍼얼펄~ 날리는 것은 눈이 수직으로 강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표현이다. 누구보다 가벼운 눈은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지상으로 낙하산도 없이 그냥 떨어지는 것이다. 그날 눈도 그랬다. 그날 떨어지는 눈은 내린다는 표현보다는 날린다는 표현이 맞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 춤을 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강렬한 스윙재즈처럼 나의 귓볼을 때리다가도 얼은 빨간 볼한가운데에 살며시 입맞춤을 해대며 브르스처럼 날리며 춤을 추기도 하였다. 난 점심으로 시골아낙의 손만두칼국수를 먹으며 나의 허기짐은 채워졌으나 갑자기 저기 밖에 아직도 메여있을 어린 백똥이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밖에는 찬바람까지 불어치는 지 오래되 빛바랜 회색 알미늄 문짝이 "삐이그덕" 흔들거린다. 서둘러 식당을 나와 거기 마트앞 경운기 쇠줄에 메인 하얀 똥개 백똥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쨘~"하고 숨어서 녀석에게 슬금슬금 다가갔으나 녀석은 내가 참외배꼽이 이미 올줄 알고 앞다리-두팔이겠지-를 들고-벌린거겠지- 뒷다리를 들고-까치발을 한거겠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나를 보고싶은거겠지- 나를 맞아준것이 아닌가. "아~ 백똥아" 난 백똥이를 와락 안아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일이 없었다. 나도 백똥이를 닮아가려는지 흰솜사탕을 바른 옷차림이었다. 그런 나를 백똥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꼬리를 흔들어 반갑다고 표시하고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않았는데 차가운 내 손바닥을 핧는다. 한손(발)으로는 나를 잡고 있는채 말이다. 나는 백똥이가 나에게 전해주는 눈발속의 온기를 잊을 수 없다. 나는 차가운데 준게 없는데 그 녀석 백똥은 나에게 온기를 준다. 단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 녀석은 나누어줄 따스함을 가지고 있다. 덮을것 없고 먹을것 항상 없지만 자기를 찾아오는 낯선 이방인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해준 우리 백똥이가 보.고.싶.다. 그날 어두운 밤길의 눈발속을 헤치고 강화도를 온수리를 나오면서 나는 백똥이가 계속 내 눈에 밟히어서 마음 한가운데가 아려왔다.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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