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일기.2

라스트 보이스카웃

물에 불린 바나나 2007. 7. 24. 10:51

짙은 남색이라고 할까...

아니면 청보라색이라고 할까..

그 유니폼을 입고 나서 그리 우쭐할 수가 없었다.

초딩 5년때 남들보다 좀 늦게 가입한 보이스카웃

견장이며 벨트며 삼각건이며

밧줄이며

거기다가 칼까지...

 

폼이 나서 가입한 보이스카웃

첫 해 여름 수련회는 비가 오는 날 흑성리 계곡에서 시작되었다.

집에서 싸온 담요에 속옷가지며 과자 그리고 숫가락 등등

 

교감선생님과 나와 다른 친구 몇명을 태운 택시는

우리 아버지가 운전하셨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어느 시골 학교 교실에서의 첫날밤.

잠을 자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싱숭생숭...

처음 또래들과의 야외 단체시간이었다.

 

다음날 드디어 기대하던 수영시간!

일정표에는 수영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수영복은 갈아있고 나섰지만

학교뒷편 개울을 돌무덤으로 막아 놓은 자연 풀장에서의 다음날 수영은

물쌀이 너무 빨라 흐르는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풍경만 연출되었다.

 

외갓집 금산 시골 둠벙에서의

전매특허 개구리 수영을 뽐내려했던 나는 잠수느 커녕

전날 내린 장마비가 만든 거센 물살에 허벅지까지 밖에 안차느 물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미끄러넘어지는 꼴을 보이고 말았다.

 

아마도

옆 반 걸스카웃들이 제 되게 웃긴애다라고 까르르 말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난 뱃가죽이 자갈에 닿아 생채기를 내면서도

수영한답시고 물장구를 치며 바닥을 기는 가짜 수영을

하면서 우쭐대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