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24회 일요걷기 서울성곽완주걷기(07.7.1.일.雨) 후기

물에 불린 바나나 2007. 7. 2. 17:03

□prologue.

밤새 빗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유리창을 두드리고 마음을 촉촉하게 두드린 여름 장마비...

비가 우리의 서울 성곽걷기에 동행을 하려나보다.

작은 긴장감과 또 어떤 분과 난생 처음 길위에서 만나 함께 걸을까하는 묘한 설레임이 인다.

뱃지와 플랭커드를 챙겨 배낭에 넣고 우산을 들었다.

 

 

■1구간(서대문-인왕산-홍지문-창의문 쉼터)

해니, 비페어, 따라따라, 당최, 루시아, 교촌, 호이, 반달곰, 한상총각, milkey, 우초, 채송화, 엘렌,

, 참외배꼽

 

늘 걷기 모임을 진행하다보면

오지 못하게 된 분들이 있어 아쉽다.

사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게 된 분들.

그 탓이 내탓인양 미안하고 안타깝다..

 

돈의문(서대문) 표지석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16명의 1진이 출발을 했다.

조금 긴장하며 가느라 홍난파의 옛집을 지나치고 안내하지 못했다.

가랑비가 흩뿌려서 우리 성곽일주 팀원들은 우산에 우비를 착용하였다.

 

인왕산으로 오르기 전 들풀과 잡초가 무성한 작은 공원길은

답사때도 그렇지만 무슨 비밀의 정원 같았다.

계단길을 헉헉대며 오르자 안개속에 신비한 자태를 뽐내는 거대도시

메트로폴리탄 쎄울~. 서울이었다.

 

산자락에 머물다가 저 쪽 산기슭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안개가 신비롭다.

간혹 굵어지다가 아주 가늘게 흩뿌리며 내리지 않고 그냥 날리우는 빗속을

우린 재잘대며 걸어올라갔다.

 

자연이 주는 경외감은

아무 말없이 그 자리에 억겁의 세월을 지켜온 그 시간의 무게에  있지 않을까싶다.

우린 그냥 그 습한 바위 산자락에 그냥 엉겨붙어 거니는 작은 하루살이였지 않았나 싶었다.

 

신시루처럼 발아래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빌딩과 도로들...

우리 역시 그 신기루 같은 안개비 산자락을 애무하며 걸어나갔다.

내리막길은 다시 도시의 소음과의 만남이 먼저 반겨주었다. 

그런데 내리막길에서 길을 잘못 듯어 홍은동으로 내려갔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창피했다.

 

그러나 홍은동에서 우초님과 반달곰님의 안내로

세검정을 지나 홍지문과 그 옆의 탕춘대성 자락을 바라보면서 자하문 터널로 올라갈수 있었다.

대원군의 별장이었다는 석파정도 지나 약속했던 10시 반경에 2구간 합류점에 도착!

잘 못나왔지만 자하문 터널 반대편의 지리 정보를 머리속에 쏙 담을수 있었다.

 

 

■2구간(창의문 쉼터-북악마루-숙정문-말바위쉼터-와룡공원-혜화문)

2구간 합류자-푸른솔, blue sky, 재호, 바람~내음, 쥬피터와 내추럴웨이(6명)

 

신분확인후 번호표를 목에 걸고 아까 인왕산 보다 너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며 뜻깊은

개방이후의 북악산 성곽길 걷기를 시작했다.

간혹 마주치는 군바리에게 인사를 건내자 사제인처럼 인사를 한다.

북악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산세를 가늠하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저 뒤로 북악산 산책로의 팔각정이 보였다.

아, 그리고 보니 홍련사 쉼터는 삼청각에서 올라오는 대목에 있구나..

그랬다. 삼청각에 갔을때 저 위로 보이던 성곽을 언제 한번 갈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 거기에서 삼청각을 바라볼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때는 회원님들이 싸오신 다양한 먹거리와 과일등을 나누어 먹었다.

점심시간이라고 정확히 이야길 못해 내추럴웨이님과 주피터님이 식사를 좀 늦게

하셨는데 죄송했다. 성곽안내자의 안내는 뭐 그리 색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숙정문에서 만난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의 해설이 머리에 쏙 들어오는 해설이었다.

 

반대편에서 넘어오시는 등산객들이 간혹 보였다.

우리 모임의 명함을 건내주며 성곽일주 중이라고 알렸다. 내심 놀라는 분들..

인적이 없는 덩그러니 놓인 숙정문(북대문)의 모습을 보니 사람의 흔적이라는게

때론 거추장스럽지만 때론 필요함을 느꼈다.

말바위 쉼터를 내려와 와룡공원으로 가는 길을 또 잠시 깜박!

역시 밤에 하는 답사와 낮이랑은 좀 차이가 있었다... 흠..

 

이끼와 담쟁이로 둘러쌓인 성곽길.

그런데 초기에 거길 삼개월 만에 쌓았다는 데 그게 참말일까?

아까와는 달리 민가도 근처에 있고 성곽주위로 사람이 돌아다닌 흔적이 있다.

가까이 있으면 그 멋을 새로움을 잘 모르는 법.

아마 그 곳 성북동 사람들 중에 거기 성곽길을 제대로 걸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혜화문으로 가는 골목길의 담벼락은 성벽과 보도블럭과 시멘트 담벼락의 잡종 교합이었다.

저걸 어떻게 복원하나 하는 아쉬움과 한숨.

그럼 왜 복원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

그건 조상들의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 아닐까...

혜화문성벽의 폭 좁은 성곽길은 옆의 무성한 숲과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3구간(혜화문-낙산성곽길-흥인지문-광희문-약수동 성곽길)

3구간 합류자- 산과 구름, 니케 & 주피터님과 내추럴웨이님은 귀가

 

다리가 조금 뻐근하다. 처음에 쌩쌩했던 우리 님들의 모습에도

좀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처음의 서먹함은 없어지고 이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친해졌다.

대학로 동성중고등학교 담벼락으로 동남아 노동자들의 벼룩시장이 일요일마다 서는데

거길 좀 구경하며 지나갔다. 그들의 옷과 음식, 언어가 우리들을 되려 이방인이 되게 만들었다.

그들의 거무잡잡한 그리고 좀 피곤해보이는 눈매를 보고 좀 측은함이 들었다.

 

동숭아트홀을 지나 낙산성곽으로 올라가는 골목길.

모베터 블루스라는 작은 카페를 지나는데 가게앞 정원의 꽃들이 예뿌다.^^

헉헉대며 촘촘히 들어선 다가구 주택을 지나 홀연히 나타난 낙산성곽

구석의 등나무 공원벤치에 중딩 두명이 서로 껴안고서서 진하게 딥키스를 하고 있다.

모임의 선두에서 내가 올라갔지만 그들의 집착아니 사랑은 더 타오르는 듯했다.

 

저 아래 카톨릭대학교 쪽으로 올라올수는 없는지... 막혀있군. 흠..

반대편 미로같은 골목길도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시간은 이제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었다.

 

성문을 통과하여 작은 공터의 텃밭의 흙을 밟고

서민들이 사는 산동네를 타고 터벅터벅 내려갔다.

비는 오다가 그쳤다가.. 우산을 폈다가 접었다가...

전날 이대 동대문 병원 112층 정신병동에 갈일이 있었다.

거기 머문 3시간 정도 나도 쇠창살 속에 같혀 있었다.

그 병원의 담벼락도 일부는 성곽위에 덧씌워 만들어져있다.

 

공사중인 흥인지문(동대문)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을씨년 스러웠다. 잔뜩 때가 탄 추녀. 그리고 그냥 아무 감흥없는 비둘기들이 어지러이...

혼잡한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인파와 노점상을 통과하여 광희문을 지났다.

하늘은 계속 흐렸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다. 말수도 적어지는듯...

  

 

■4구간(동대입구역-신라호첼성곽길-국립극장-남산성곽길(산책로A코스)-N타워-남대문-서대문

합류자: ♡영♡, 민들레, 꼬두라미, 권이, 민들레, 재넘이, 바다낙타, 어슬렁, 산아야, 자이젠

 

영님 가족과 상봉하였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좀 채우기도 했고...

약수동 성곽길을 올랐다. 한사람이 겨우 걸을수 있는 길.

우린 한줄로 줄지어 걸어 올랐다.

근처에 사시는 늘해랑님이 나오셔서 고맙게도 얼음물을 전달해주셨다.

영업을 안하는 67년 완공된 건물치곤 제법 멋스러운 타워호텔의 텅빈 마당을 지나 남산 국립

극장을 지나 산책로 반환점에서 셔틀버스가 가는 산책로 A코스로 반좌휘전후 직진!

 

이제 목적지가 얼마 안남았다고 사람들이 다시 기운을 내기 시작한다.

새로 합류하신 영님 가족들이 있어서 다시 화길기를 띠고 북적거렸다.

남산N타워에서 우린 다시 추억이란 이름의 사진첩에 올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어슬렁님이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주셨다.

 

성곽길이 우리가 걷는 길 내내 따라다녔다.

그래, 우린 조선왕조에 새워진 한양의 성곽길을 걷고자했다.

다시 많은 부분이 다시 복원이 된 기계적인 모습이지만...

타워에서 성곽이 있는 계단길 대신 평지를 내려왔다.

그리고 숭례문에 도달했다.

99.999%를 걸었다.

 

그리고 서울 상공회의소 건물뒤로 빌딜을 지나 중앙일보사 뒤편, 경찰청지나

서대문 로터리에서 우리는 다시 출발점에 섰다.

돈의문(서대문)터. 아침 7시 반에서 저녁 7시가 넘어서

12시간 만이었다.

45,013보  35,138km  1,506cals

 

 

□에필로그 p.s

우리의 건강한  두 다리를 가진 '몸'과 건강한 의지를 가진 '마음'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계획했던 걷기일정을 무사히 마칠수 있도록

함께 걸어준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뒷풀이 자리에서 맛있는 돼지고기 묵은김치찜을 안주삼아

서로에게 소주잔을 건내며 환하게 미소지으며

서로 격려하고 칭찬할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 분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걷기가 왜 좋은가라고 묻는 것은 어찌보면 우문이겠지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의 시작과 끝은 또 알파와 오메가는 '걷기' 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설래는 만남을 가졌고 같이 숨가쁘게 산을 오르고

함께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걷기가 주는 앎과 소통의 의미겠지요.

 

서울 성곽길.

우리가 걸으면서 그 성곽을 만들었고 지났다녔던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제 먼지가 되고 잡초가 무성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은 길을

찾아 걸으면서 그 자유스러움과 편안함이 참 행복했습니다. 

보이지 않은 역사와 문화라는 끈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연결해주는 '걷기'가 역시나 저는 참 좋습니다.

걷기는 역시

우리 육신의 자발적인 노동과 마음의 행복한 휴식의 교차점 혹은 교집합인거 같습니다.

걷기는 곧 우리의 삶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