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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북악산` 600년간 서울 지켜온 너, 40년만에 만나는구나

물에 불린 바나나 2007. 4. 19. 15:54


해발 높이가 264m인 63빌딩 꼭대기에만 올라도 새매가 된 듯 시원한데, 북악산정은 342m다. 이만한 높이로 솟아오른 북악산이기에 그 산정에 서자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가 고개 숙여 들여다보는 것처럼 한눈에 든다. 풍수가가 아니어도, 산 많은 이 땅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우리의 타고난 풍수 감각만으로도 저기 경복궁 자리엔 무엇이든 앉히고 싶었을 것 같다.

“청와대는요?” 누군가가 안내자인 성곽해설사 손나랑(25)씨에게 묻는다. 아, 그렇지. 여기 북악산은 청와대 바로 뒷산. 손씨는 호호호, 웃기부터 한다. “바로 요 아래이긴 해도, 안 보이죠. 보여서도 안되죠.”

북악산 정상이 개방됐다. 1968년 1·21무장공비 사태 이후 근 40년만이다. 공비들의 청와대 습격 직전 숙영 예정지가 바로 북악산 북동능선에 있는 팔각정 휴게소 근처였다. 그 후 폐쇄됐던 북악산정이 지난 6일부터 일반인에게 다시 열렸다.

북악산 능선은 조선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길 때 확정한 방어선이기도 하다. 태조는 이 북악산릉과 동쪽 창신동의 낙산(125m), 남산(262m), 그리고 서쪽 인왕산(338m)까지 빙 둘러 잇는 총 길이 18.2㎞의 도성(都城) ‘서울 성곽’을 쌓았다. 그 중 평지의 것은 근대화와 더불어 모두 헐리고 산지의 것 10.5㎞만 남았다. 이번에 개방된 북악산 능선길은 이 서울 성곽의 창의문~북악산 정상~숙정문~와룡공원에 이르는 4.3㎞ 구간이다.

지난 10일, 이른 아침부터 간혹 빗방울이 들었지만 창의문 쉼터는 예약자 50명 이외에도 현장 접수자들로 복잡하다. 복장은 각양각색. 저기 백두대간 종주때처럼 중등화에 3단 스틱까지 양손에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볍게 운동화에 물병 하나만 든 젊은 총각도 있다.

창의문(彰義門)은 4대문(大門) 사이에 둔 4소문(小門) 중 하나인 북소문이다. 번호표를 받아 걸고 줄지어 창의문에 이어진 성곽 옆 계단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청와대 경비 부대가 있는 오른쪽은 허리춤 높이의 쇠 울을 쳐두어, 그저 계단을 따라 오르는 수밖에 없다. 성벽 바깥 왼쪽 저 멀리로 공비들의 루트였던 북한산 보현봉~비봉 능선이 일어선다. 20여 분만에 중간의 휴게소에 다다랐다.

창의문이 해발 100m, 휴게소가 300m로, 잠시만 더 오르면 정상 ‘백악마루’다. 정상 공터엔 커다란 봉분만한 바위가 불룩 솟아 좋은 조망처가 되고 있다. 조선의 정궁(正宮) 경복궁은 옛적 육조(六曹)거리를 거느렸듯, 지금도 저 덩치 큰 수많은 빌딩들을 당당히 거느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부터는 거의 내리막. 성벽 바로 옆을 따르는 굵직한 소나무숲이 반갑다. 나무 81종을 비롯해 208종의 식물이 북악산에 자라고 있고, 그중 팥배나무처럼 새의 먹이가 되는 열매를 맺는 수종이 많아 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악산 줄기를 타고 도주하던 일부 공비 무리를 소탕할 때 총탄에 맞아 생긴 상처들로 줄기가 울룩불룩한 ‘1·21사태 소나무’, 청운대를 지나 비로소 성벽 밖으로 나섰다. 10m도 더 되는 높이로 치쌓아 올려진 성벽 밑에서 성곽해설사의 설명이 다시 이어진다. 이곳부터 곡장(曲墻·일명 치성·雉城) 지나 숙정문에 이르기까지의 구간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쌓은 서울 성곽의 시대별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성벽 바깥쪽을 향해 둥글게 말발굽형으로 돌출시켜 쌓은 곡장은 성벽에 들러붙은 적을 치기 위한 것. 1395년 경복궁을 비롯해 종묘, 사직단 등 새 도읍지 공사를 마친 뒤 도성 축조 선을 어디로 할 것인가로 의견이 분분했을 때, 마침 눈 내린 다음날 지금의 성곽 안쪽은 눈이 녹은 데 반해 바깥은 눈이 하얗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성곽 쌓는 선을 확정했다고 한다.

소나무숲은 촛대바위 근처가 특히 볼만하다. 북풍에 떠밀려 경복궁쪽으로 몸을 누인 아름드리 소나무들 사이로, 솨아아 하는 소리만으로도 시원한 바람이 스치고 있다. 북악의 소나무는 조선조 내내 특별히 관리되어 오다가 일제 때 방치돼 지금처럼 능선 주변에만 송림이 남았다.

박정희대통령 시절 요정으로 유명했던 삼청각이 빤히 내려다뵈는 숙정문(肅靖門)을 돌아보는 것으로 사적 및 명승 제10호 서울 성곽 순례는 사실상 끝난다. 서울 도성의 북쪽 대문인 숙정문은 사람의 출입이 아니라 동서남북 사대문의 격식을 갖추기 위해 만든 것이다. 풍수상 음기가 강한 곳이라서, ‘정월 대보름 전에 부녀자들이 세 번 숙정문에 가서 놀면 그 해의 재액을 면할 수 있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창의문 쉼터를 떠난 지 1시간 30여 분만에 삼청터널 바로 위인 말바위 쉼터에 이르렀다. 다소 서두른 감이 있어 아쉽다. 잠시 쉬면서 주위를 휘둘러본 사람들은 성벽을 따라 와룡공원으로, 혹은 삼청공원으로 흩어져 내려갔다. 선두로 걸어 넘어왔던 두 중년 아주머니는 곧바로 현장 접수하고선 다시 정상길로 접어든다. “집이 저너머 창의문 근처 청운동이거든요.”



북악산 탐방코스 오전 10시부터 관람가능

>>북악산 관람 가이드

북악산 관람은 창의문 쉼터→정상→숙정문→말바위 쉼터, 말바위 쉼터→숙정문→정상→창의문 쉼터, 홍련사 쉼터→숙정문→정상→창의문 쉼터 세 방향으로만 가능하다. 이중 창의문~정상 구간은 급경사이므로 오를 때 힘이 많이 든다. 노약자는 홍련사나 말바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낫다. 다만 급경사 계단길을 내려가기 또한 만만치 않으므로 주의한다.

서울 성곽과 더불어 한나절을 온전히 즐기기엔 창의문→정상→말바위 쉼터에 이어 삼청공원쪽 하산로가 최고다. 아스팔트 길을 걷지 않고 숲 좋은 삼청공원으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거니와 삼청동 일대에 맛집, 분위기 있는 카페 등이 즐비하기 때문이다.(삼청동에서 1, 2호선 시청역가는 지선버스 종로 11번 운행)

창의문~말바위 약 2시간, 말바위~삼청공원 20분 정도 걸린다. 다른 코스의 소요시간도 2시간 안팎이다. 인화물질 휴대, 군 시설물 촬영 등은 금지다. 화장실은 출발 전 다녀오자. 촛대바위 근처에 화장실이 있으나 복잡하다. 도시락은 각 쉼터 야외에서만 풀 수 있다.

>> 관람 예약

문화재청(www.ocp.go.kr), 한국문화재보호재단(www.fpcp.or.kr) 홈페이지에서 접수. 창의문 쉼터(02-730-9924~5), 홍련사 쉼터(02-747-2152~3), 말바위 쉼터(02-765-0297~8)로 전화를 걸어 예약할 수도 있다.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관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챙겨가야 한다. 현장 접수 인원을 50명에서 100명으로 늘렸지만 주말에는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 교통 안내

● 창의문 쉼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길 건너 보험감독원쪽 정류소로 가서 지선(초록버스) 0212, 1020, 7022번을 타고 자하문(창의문) 고개에서 내린다.

● 말바위 쉼터: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지선(초록)버스 종로02번을 타고 종점(성균관대 후문)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면 와룡공원. 이 공원 왼쪽 옆의 성벽 문 안으로 들어가 성벽 아랫길을 따라 400m 올라가면 나타나는 갈색 나무 계단길로 성벽을 넘은 뒤 북쪽 능선길로 200m 올라가면 말바위 쉼터(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지선 종로08번을 타고 종점(명륜3가)에서 하차 후 성곽 길을 따라 15분쯤 올라가도 와룡공원).

● 홍련사 쉼터: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지선(초록버스) 1111번, 2112번 탑승하여 종점(성북동 명수학교)에서 내려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선 뒤 삼청터널쪽으로 가면 삼청각 정문에 이어 홍련사 쉼터 올라가는 길목이 나온다.

출처 : ♡희야네 요리콩조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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