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스크랩] rain bOARD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11. 13. 00:29
1.사운드의 理解

비가 왔습니다.

엊그제... 종일 비를 보았습니다.

뚜루뚜루 뚜르르르 뚜르르 뚜르르 두루두루 두루두루

하루 종일 비가 왔습니다.

비가 웁니다. 싸아아아아아아아

비가 노래합니다.

추르르 추르르 추르르르 톡 또로또로로로

제가 사는 작은 지하방의 창에서 나는 소리만으로 그러나

나는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빗소리를 확인하지는 못합니다.

창문을 열어서 밖을 보아야 그저 비가 좀 오는구나 하고 알게 되지요.

만일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 않는 다면,

문을 열어 보지 않는다면

저는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비가 오던 날

그 날 아침부터 서둘러야 할 일이 있어서 우린 서로 일찍 만났죠.

내가 외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찾아보지 않는다면

비를 볼 수 없는 지점 그 낮은 곳에 저는 현재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그 지점, 제가 사는 사람우리에서 비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부르는 것입니다.

비, 그 비는 나를 부르는 것입니다.

비가 오는 소리는 제가 우는 소리 같아서

비를 만나는 것은 제가 노래하는 것이기에

비는 나를, 나는 역시 비를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만나려고 해도 억지로 불러낼 수 없기에

어느 날 비가 온다면

나는 비를 찾아다니고 싶습니다.

그것은 제가 울고 싶고 노래하고 싶어서일 것 같습니다.

오, 비가 날 찾았습니다. 빗소리를 이해합니다.

차아따따따따따따아아아아아아아아

ㄴ ㅓ ㄹ ㅡ ㄹ 차아따따아아아아아아아

만나따만나따만나따아아아아아아아

rrrrrrrrrrrrrraaaaaaaaaaaaaa아아아아아

ininiininininini치이이이이이이

2. episode VI

비는 지구를 관통합니다.

1969년 10월 아폴로 11호가 달에 갔습니다.

서울우유 + 꼬냑 X.O + 서울 장수 막걸리 + 빗물 + 참이슬 = 눈물

남자의 눈물을 보신적이 있는지요.

그는 앉아서 그냥 눈물을 흘립니다.

Nothing gonna change My world.

사랑없이 6년, 사랑이 다시 오는가 봅니다.

하지만 이제 습관이 되어버린 상처.

그리고 둘은 스물아홉의 상처 삼십오의 사랑.

6년의 백지, 빈 공터 그리고, 이제 다시 비가 옵니다.

가슴속으로 비를 안으려합니다.

3.그린다, 비를....

S#35. 한성대 입구역 XXX과자점 앞

빗방울이 거세다. 누굴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지만

누군가 기다리고 싶어진다.

바지는 반은 검은색이 되고 반은 반바지가 된다.

신발은 이미 맨발에 가깝게 된 물에 떠있는 배와 같다.

비는 점점 더 거세어진다. 신나게 내리붓는다.

어린 중딩 고딩여고생들의 풋풋한 웃음. 비를 맞아 그녀들의

머리칼은 더욱 검어진다. 커피색 스타킹은 초콜렛색이 된다.

장마비 같은 봄비가 시원하게 아리게 콘크리트땅을 후벼판다.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지나간다. 다들 젖어있다.

. 섹스후의 기분이 이럴까?

봄비 같지 않은 장대비. 그 빗속을 뚫고 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시간 넘게 바라본다. 조리개를 좀 더 열었지만

이미 필름은 젖어있다. 피사체는 보이지만 망막에 맺혀지지

않.는.다. 그림을 그린다.

움푹 파인 도로에 고여있는 빗물 속에는

흑백 필름 무성영화가 돌아간다. 묘한 흔들림, 자동차 바퀴로

찢어졌다가도 다시 이내 원형상태로 돌아온다. 길다란

얼굴들, 표정들 간판들, 어둠이 일찍 오는 관계로

상점들의 간판 불빛은 더 일찍 켜진다. 이제 칼라영화다.

비를. 그린다, 비를...

비는 수직으로 |||||||||||||||||||||||||||||||||||||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비는 기울어져 있다.

비는 ////////////////////////////////////////처럼

혹은 비스듬히

내리면서 오는 것이다.

자세히 보라.

하지만 비는 또 먼지처럼 내린다.

비는 땅으로 임하면서 자기들끼리 부딪힌다.

그래서 먼지처럼 날리고 파편이 된다.

하여 구름 아래보다 처음 모습보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결국 눈물이 되고 먼지 같은 이슬이 된다.

비를 맞는 다는 것은 결국 이술 속을 거니는 것이다.

눈물 방울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다.

결국 나는 비를 그리게 되었다.

비는 엇갈리고 출렁이며 먼지같이 안개같이 사랑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나는 그 느낌이 눅눅하고 습한 느낌이 좋다.

그래서 비가 오면 울고 싶고 노래하고 싶고

또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 되는 이유다.

그래서

난 오늘도

비를 기다린다.

그래서 난 엊그제 비를 맞은 게 아니라 애무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난 비와 사랑하며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우는 것이다.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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