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일기

[스크랩] 길상사에 가다

물에 불린 바나나 2009. 2. 8. 17:31

4호선 한성대입구역앞에서 버스에서 내려 

길상사를 걸어가보기로했다.

한동안 소강상태이던 겨울 바람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졌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시집을 가고 싶다는 친구가 가보자고 했던 곳.

길상사는 요정으로 쓰이던 곳이라 들었다.

때론 막연한 정보만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

그래도 어떠랴 즐겁고 가볍게 느껴지는 발걸음이었다. 

길에 붙은 이정표만 보고 나는 코트깃을 세우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친일 논란이 있었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호를 딴 운보길을 지나갔다.

아일랜드, 호주 등 여러나라의 대사관저가 보인 것은 좀 허름한 한옥들과

다세대 주택들을 지나서 였다.

서울 외국인 학교버스에서 내리는 외국의 어린이들.

 

올라가는 길엔 작은 절이 여럿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불편하고 좀 위험했다.

아스팙크 길을 걷기 시작한지 한 30여분쯤 작은 언덕길가에

모습을 드러낸 길상사.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고 둘레를 한바퀴 천천히 돌았다.

계획치 않던 발걸음에 낯선 거리를 걸었지만 목적지를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길상사는 선원이라는 수행을 하는 작은 거처들이

여러 개 만들어져  있었다. 스님들이 신었을 것으로 보이는 겨울 털신이 보였다.

수령이 300여년 가까이 되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휘감은 바람이

암자의 처마끝 풍경을 가볍게 불러일으겼다.

 

"짤랑~ 짜아알랑~" 켱쾌한 겨울 소리.

한겨울 도심속의 산사는 그렇게 다소곳이

낯선 뚜벅이 방문객을 보고 미소지어주는 것 같았다.

 

나차럼 혼자 그곳을 방문한 여성 여행객이 몇곳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절이라는 곳은 가끔 그렇게 우리의 발걸음을 끌여들이면서

세상속의 때와 먼지를 덜어놓으라고 하는 것 같다.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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