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2004. 02. 22 -- 59기 60기 34명과 수락산에 가다!

물에 불린 바나나 2009. 2. 8. 16:27

낮에 걸었어요] 비와 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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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2 22 거의 밤을 새우고 산을 오르는 기분... 기압이 높은 곳에 오는 기분이다. 산에 오르면서 어디서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적어도 수락산에서 사람들을 기다릴때는 진짜 구석에 짱박혀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어제 처럼 또 사람들이 많이 한꺼번에 산을 오른 적도 처음이었다. 4년전 처음 수락산 갈때도 20여명이 많았는데.. 59기 17명 60기 10명 -처음 성립된 오후반 인원중 1명만 안왔다. 과연 유명 감독들이 강의를 한다고 하니 효과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화요일 금요일 <선택>의 홍기선 감독님의 강의가 있다. 그리고 최고참(^^;)인 나를 포함한 OB멤버가 6명. 거기다 낭샘까지... 모두 34명. 아침에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옴을 담그고 나서 면도를 하니 면도 하나는 매끈하게 잘되었다. 슬리퍼 신고 우산쓰고 츄리닝에 잠한숨 안자고 목욕탕에.... 일요일 아침, 봄비가 추적인다. 초저녁에 그쳤던 봄비가 깊은 밤이 되면서는 다시 세차게 오고 있었다. 집에서 10분 거리인 한성 목욕탕. 2층이 여탕 3층이 남탕. 맨위가 건물주인 주인집이다. 작은 목욕탕이다. 입구에 이발소 의자 하나인 친근한 할아버지 이발사가 계시고 때를 밀고 청소를 하는 남자 한분. 물이미지근한 그냥 평범한 동네 목욕탕. 유성온천을 다니던 나로선 성에 안차던 물온도 시설이지만 그냥 편안해서 종종 간다. 탈의실 구석 메트리스 몇개있는 수면실에서 핸폰 손에 쥐고 알람 해놓고 한시간 남짓 눈을 부쳤을까.... 걸으면서 한손에 김밥을 든 김밥을 먹으면 아침길을 좀 걸었다. 저녁겸 뒷풀이 식당이 도봉산입구의 섬진강 메기매운탕집의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도봉산역에 들어갔다. 좀더 서둘렀다면 수락산까지 30분이면 걸어가는데... 명색이 뚜벅이가 한 정거장을 땅굴차를 타고 가다니...ㅠㅠ 그렇게 영화를 하고 싶어했을까? 나중에 안일이지만 횡성에서온 젊은 아줌마(학생같은 ^^;)는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아이를 남편에 맞기고 수, 토요일 오후반 강의를 들으러 온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우산을 들고 또는 모자를 쓴 젊고 늙수구래한 학생(?)들이 떼거지로 산에 오르는 풍경을 보라. 아 산에 올라가면서 엄청 처음에는 졸렸다. 수락산역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보통 내려오는 코스인데 처음이다. 평탄한 길이었다. 작년 회룡에서 기차바위 지나는 코스가 제일길고 힘든 코스다. 아직은 낯설은 얼굴들이라 좀 서먹했지만 나름대로의 막연한 희망과 불안을 안고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견디고 또 즐길수 있는(?) 아니 욕심이 없는 나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들은 이 길을 시작했을까? 모를 일이다... 비는 어느새 산 중턱에 오니까 눈이되어서 떨어진다. 운무. 하얗게 새하얗게 이미 모든 천지를 뒤엎은 운무는 어느 곳에는 안개비로 내리었고 좀 굵은 빗줄기가 되더니 이제는 소리없이 내리는 눈이 되었다. 결국 일기가 불안해져 무리해서 오리지 않기로 하고 내려왔다. 미끄러워서 미끄러지고 잡아주고 그러면서 사람들은 좀금씩 자신들의 마음의 경계를 허문다. 함께 나누어먹는 작은 음식속에서 막걸리 한잔속에 소통의 의미가 넘쳐난다. "쇠북 소리에 번뇌 끊어져 지혜자라고 보리 싻튼다. 지옥 떠나서 삼계나와서 부처님 되어서 중생건지라" 내로오다 지난 석림사의 커다란 종이 걸린 정자에 쓰인 글귀다. 개옻, 신갈, 팥배, 물오리, 산초, 물푸레, 노린재, 졸참, 생강, 등, 밤나무 등등 도봉산에서 본 팻말과 같은 나무들이다. 자주 보이는 흔한것이지만 기억하지 잘 못하는... 너무 흔해서 일까? 나무나 들꽃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싶다. 은초시 나무는 정말 은색이었다. 보통 가을에 다른 나무의 경우 열매가 열리는데 이건 5월에 열린단다. 은초시나무는 이제 잊지 않으리라. 장암역. 하산집결지다. 특이하게 ㄷ자가아닌 ㄱ자 육고를 지나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간 2층 섬진강 메운탕집. 서로에 대한 간단한 인사도 30분이 걸린다. 후후 역시 산에서 내려와 먹은 음식은 맛이있었다. 그러나 몸이 물먹은 솜같았다. 사람들도그리 말이 많지 않았다. 모두 헤어진뒤 배낭을 메고 천천히 밤길을 조금 걸어 가까운 나의 안식처으로 나는 스물스물 기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