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이상인님의 편지--봄에. 2002-10-30 오후 9:39:54

물에 불린 바나나 2008. 11. 26. 02:11

이상인님의 편지--봄에. 2002-10-30 오후 9:39:54
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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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성난암소"가 맘대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네여.. 다른 팀들은 벌써 촬영종료라 하던데...

우리팀은 그동안 3회에 걸쳐 찍었던 성난암소의 모든 것을 포기한체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낭선생님에게는 비밀입니다.......

저는 솔직히 반대였지만 다들 잘찍고 싶다는 욕심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팀과의 경쟁심 때문인지...

약속된 일정을 뒤로하고 새로 찍을려고 합니다.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지금 어제부터 오늘까지 답답함이 극한에 처해있네여..

영화가 마음내키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전 약속된 일정과 나중에 평가에 있을 떳떳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팀은 그걸 외면한채 성난암소가 아닌 다른 영화로 지금에서야 바꿀려고 하는군요..

그동안 성난암소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해왔던 저에게는 컷의 구상과 콘티작업... 연출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바뀐다고 하니 기운이 빠지네여.. 집중을 할수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팀이 하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따릅니다.

전 수많은 시행착오가 지금은 아니지만 후에 있을 다른 작업에 다른 팀과는 달리 더 많은 배움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시행착오가 다른 팀원들에게는 넘지 못할 존재였나 봅니다. 그것은 저도 부인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정해진 틀을 벗어나 몰래 작업하는 것은 제가 용납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4월 6일에 촬영리뷰와 평가를 한다는데 낭선생님에게 어떤말을 해야할지...

순전히 개인작업으로 공동작업을 하는 거라면 이런 모든 것이 용납이 될지 모르겠으나 엄연히 교육과정이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조금은 혼란스럽습니다...

 

솔직히 술을 먹고 싶네여.. 담에 시간이 되시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술과함께...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실거라 믿으며 제가 쓴 기획안중 하나를 첨부합니다..

항상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힘을 내야하는데.... 그렇다고 영화에 대해 회의에 빠진것은 아닙니다. 전 영화를 사랑하거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