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Here I am> 9, 10회차 작업 후기! 2002-10-30 오후 3:05:16

물에 불린 바나나 2008. 11. 26. 02:09

<Here I am> 9, 10회차 작업 후기! 2002-10-30 오후 3:05:16
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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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26일(토) 9회차 작업후기

무지 추운 날이었다.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나도 노오란 가을 잠바 안으로 파고드는 때이른 겨울바람에 아주 힘든 하루였다. 오늘 촬영분은 혜윤과 여자가 스치는 장면이다. 이동차가 버스에 실렸다. 지난 13일 일요일 청량리역 촬영이후 거의 2주만에 다시 보는 스텝들....

이동차의 상판을 혼자 메고 주차장에서 매표소 부근의 벤치까지 가는데  가는데 어찌나 허리가 아프던지 죽는줄 알았다. 모처럼 전날 한달이 넘은후에 한 일로 몸이 알이 배긴 상태여서 더했다. 

진행비는 이미 바닥이 난 상태라 감독에게 달라고 말하기도 그래서 일단 장갑을 사고 커피를 준비하였을뿐 아침 준비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점심을 한솥도시락으로 부담이 가지 않게 준비를 해야헸다. 본사에 전화를 해서 보니 안국역 근처 정독도서관입구가 우리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깝다고 한다. 응원하러 오라고 부른 나의 전 감독인 이호갑과 도시락을 사러 갔다. 마음같아선 도련님 스페셜로 하고 싶었지만 새댁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나마 가져간 가스렌즈로 커피를 끓여마시게되어서 다행이다.

수문장 교대식을 하는 시간에는 황급히 배우를 위치시키고 작업을 했다. 조두리씨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엔딩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제작비도 부담이 되고 어설픈 급조된 세트를 하느니 경복궁매표소에서 그리고 이동중인 버스에서 하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의미에서 세종문화회관의 테라스에서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난 주로 짐을 지키고 잇으면서 촬영장을 둘러볼수 밖에 없었다. 와 차다 진짜. 찬 바람이 숑숑 분다. 내복을 입고 다니던지... 내일은 더 춥다고하는데 단단히 준비를 해야재하고 생각을 했다. 이호갑이랑 주전자를 들고 나가간것은 오뎅 국물을 얻어오기위해서다. 한솥도시락 정독도시락점 가기전에 있는 떡복이 노점을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추위에 떠는 스텝들을 위해서 나와 이호갑감독은 특히 여성 배우 스텝들을 위해 오뎅 두개를 미기로 하고 사정해서 오뎅국물을 한가득 담아왔다.


그래도 이제 내일 촬영만 하면 끝(?)이 보인다는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잘나올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니까 말이다. 스텝들도 이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빠르게 행동하려 한다. 달라진 시나리오에서 새롭게 확보되는 영화의 질과 진정성은 무엇일까?... 궁금한 대목이다. 하늘은 저리도 맑고 푸른데 왜 이리 차가운지. 참 나도 추위 더위는 별로 안타는데 올해는 이렇게 벌써 힘들어하다니.. 아 ... 나이 세월.. 운동을 하던가 해야지 이거... 그나마 전날 배낭에 챙긴 맨소래담 로션으로 근육의 통증은 겨우 버틴것 같다.

첨엔 오후 1시면 마쳐질수도 있고 내일 촬영지를 둘러보자는 말을 듣고 난 애초에 기대를 안했다. 두시 적어도 3시정도면 될것 같기도 하지만 머 해질때까지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작업은 그것보다 한시간 정도 늦은 4시경에 작업이 마쳐진것 같다. 그런데 바로 들어가서 버스를 홍릉에 입고시키려는 아버님과 세종문화회관까지 데려다달라는 박감독과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고 기다리기 지치고 우리팀의 회수 많고 늦은 촬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버님은 버럭 고함을 치기도해서 보는 우리가 난감해하기도했다. 결국 장비는 먼저 들어가고 우리 연출부 촬영부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걸어가서 내일 촬영할 그곳을 둘러보았다. 마찬가지로 어찌나 찬 바람이 많이불던지... 박감독은 촬영 장비를 놓고 쉴수 있는 곳을 찾아보라고했는데 마당한 곳은 별로 없어 보였다. 날이 추우니 안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천막이라도 가져가는게 어떨까 하고 혼자 생각도 해보았다. 하여간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데 걱정이다. 내일은 더 따뜻하게 입고 나와야하겠다.

 

2002년 10월 27일 일요일 10회차 작업후기

아카데미에 도착한 시간이 7시 13분 정도 원래 집합시간은 7시이다. 어제 감독은 잠이 들어있어서 흔들어 깨운 상태였는데 오늘은 벌써 일어나 차량에 짐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도 긴장이 되었을까? 막상 기회나 만남이 주어지게 되면 어렵사리 마련한 그 준비 과정은 잊고 또 다른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포기하거나 기대거나 타협하게 되는 경우가 영화일 뿐 아니라 다른일에서도 있었던 것 같다. 나한테 허락한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 그도 마직막 촬영이라는 아쉬움에 첫날보다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버스 뮤지컬 대신 선택하는 세종문화회관앞 테라스에서 이별을 한다.

버스로 김밥을 사러 갔다. 난 그곳에 합류하기로 했다. 먹보김밥집에서 김밥을 22줄을 샀다. 이상하게 난 땡숫자에 관심이 많다. 운이라도 잘 받으려고 하는 짓이다. 어제보다 더 춥다는 데 기분으로는 어제보다 덜 추운 느낌이다. 아! 그게 바로 '면역'이다. 추위에 면역이 되어서 이미 몸과 마음은 거기에 대한 반응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갈수록 난 현장에서 불편함이 없게 촬영을 잘 해야하는데로 마음이간다. 처음엔 몇 커트이고 저 장면이 어떻게 잘 조화를 이루고 대사는 마음에 드는가를 생각하다가 그 부분은 감독이 책임질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미흡하지만 현장을 지키고 돌발 변수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대처하는 일 이 내가 맡은 역할이다. 머릿속에는 이제 제작비 정산을 해야하므로 영수증 정리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심정이 복잡하다.
이선희씨라고 감독과 대학 동창이며 함께 아카데미와 들어와 이번에 <1호선>이라는 작품을 찍었다고 한다. 선희씨가 장비의 이동은 물론 스텝으로의 역할도 해주어서 고마웠다. 그리고 <초겨울 점심>의 영상원 강병화씨도 와서 스틸을 찍어주고 현장을 지켜주었다.

역시 오늘 촬영은 주위의 배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서울 시민의날이라고 광화문로 앞이 통제가 되면서 온갖 음악과 인파들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축제분위기과 맞물려 두 남녀의 이별의 감지 순간이 포착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멋진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의자를 빌리러 갔다가 세종문회화관 수위아저씨가 태클을 걸어서 애먹었는데 다행이 그래도 이야기가 통하는 아저씨였다. 문제는 우리 촬영장소 옆이 바로 오늘 행사의 씨피란다. 그리고 앞에서 국악 취타대가 나팔을 계속 불어제꼈으니... 오전은 앵글 확인하고 장소를 위로 옮겨도보고 인서트를 직기도 하고 그랬고 오후에야 사운드 녹음과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한 촬영을 하였다. 그나마 부르스타로 물을 계속 끓여 커피라도 마시고 그랬는데 언제 경복궁 하고 세종문화회관서 커피 끓여 먹으랴... 다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찬바람은 역시 옷깃을 여미게한다. 아카데미의 경미 선배도 응원와서 쑥팩을 주고 가셨다. 주위의 소음이 많은데 대사가 잘 녹음이 되는지 그리고 오후 거의 해질무렵에 해가 구름에서 나오길 기다리며 찍은 장면은 잘 나올것인가... 문기가 정지하는 모습으로 촬영한 부분은 재밌을까? 다 잘되겠지... 행렬부분을 따라간 촬영팀이 돌아오면서 오늘 촬영은 쫑이나고 난 그이전부터 호시탐탐 노리던 행사씨피의 도시락을 탈취(?)했다. 알바하는 여자가 혼자지켜서 막 꼬셔셔리 스페샬 도시락을 막 들고 온 것이다. 저녁값이 굳은 것이다. ㅎㅎ
이렇게 열 번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물론 보충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무사히 별 탈 없이 로케작업을 마쳤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 이제 또다른 관문에서의 인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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