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길 위를 홀로 걸어가는 사람을 만나다.

물에 불린 바나나 2007. 5. 14. 13:30

열흘전 이었나...

주유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번 국도(평택-성환-천안 지점) 아래쪽으로

터벅 터벅 걸어가는 사람을 보았다.

50대 중반의 나이로 보였다.

배낭을 매고 맨발로 걸어가는 사람.

아마 먼길을 떠나 여행하는 사람같았다.

 

나는 차를 갑자기 돌렸다.

그리고 그 사람옆에 차를 세우고 나와서 물었다.

"안녕하세요? 먼 길을 가시나봐요.."

"예 사흘전에 서울에서 출발했습니다. 부산까지 가려구요."

벌써 얼굴이 까맣게 탄 중년 남자. 그냥 그렇게 사흘째 걸어가고 있었다.

양말도 벋고 맨발로...

"아!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좀 많이 힘드시나봐요.."

" 무릎이 좀 않좋네요. 물집도 잡히고..."

나는 우리 카페 명함을 한장 건내드렸다.

"세상걷기라는 걷기 커뮤니티입니다. 힘내시고요. 나중에 함 들려주세요. 몸조심하세요 ^^;"

그리고 주유소 냉장고에서 가져온 생수통 2개중 하나를 건내드렸다.

"감사합니다.."

그 중년의 아저씨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걷기를 계속하였다.

나는 차를 다시 유턴하여 학교로 돌아왔다.

그분의 여정이 무사히 잘 마쳐졌으면 하고 기도했다.

 

간혹 그렇게 1번 국도를 지나는 도보여행객을 종종 보게 된다.

여름방학이면 자전거를 타고 배낭을 맨 대학생들 몇명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걷기는 하나의 인생 여정 인것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혹은 나를 잊기 위해 떠나는

고독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