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스크랩] <화려한 휴가>를 보고..

물에 불린 바나나 2010. 7. 14. 14:58

터널에서 다시 도청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거렸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영화가 가지는 성과는 이후의 영화가 어떻게 광주의 5.18 민주혁명을

다루는가에 달려있지 않나 싶다.

 

이 화려한 휴가라는 하나의 텍스트를 놓고 봤을때

기술적인 진보나 영상이 주는 힘은 사실 새롭지 않은 것이었다.

 

무고하게 숨겨간 사람들과 불의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죽어간 사람들과 남겨진

상처입은 우리네 이웃사람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영화의 메세지는 정공법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영화가 줄 수 있는 새로운 문화충격 혹은 가치의 전복이라는

전진성에 있어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또 새로운 시도와 실험으로 기억에 남을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실 수많은 관객을 불러모아서

제작비를 건지고 남는 장사를 해야할  상업영화가

찾아가야할 지향점이 되기에는 참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잠깐이지만 비극의 광주를 가해자의 뒷날의 모습이 소재로 나온 <박하사탕>이 준

영화적 감성은 그래서 다시 새겨볼만 하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그 시대를 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나 그 시대를 잊고 지냈던

우리들에게나 한 번 쯤은 다시 돌이켜보고 사유하고 행동해야할

작은 의무감을 던져주고 있다.

 

시대가 지닌 상처에 대한 빚을 지고 있는 마음이 있다면....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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