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컬트

씨네마떼끄란 무엇인가? -황규석

물에 불린 바나나 2009. 3. 5. 15:50

 

씨네마떼끄란 무엇인가?

 

씨네마떼끄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사설 영화자료실의 이름이자 관객이 중심이 되는 영상 문화 운동을 일컫는다. 영화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보여주며 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이 씨네마떼끄(Cinematheque)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씨네마떼끄 프랑세즈’라고 해서 1936년 앙리 랑글르와(Henri Langlois)라는 프랑스 사람이 개인적인 열정과 뜻이 있는 영화인들의 도움으로 설립한 것이 시초다. 이곳에서는 영화 탄생국인 프랑스의 오래된 영화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와 관계된 자료를 수집하고 복원하여 상영, 전시하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이 생겨서 문화 집단으로서 역할이 강조되었다.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즐기고 공부하는 활동은 이후에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영화를 쓰는 비평가의 탄생을 가져오게 되었고 아직도 상대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와 견주어서 건재한 프랑스영화의 든든한 토양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후에 이런 씨네마떼끄의 성격을 미국과 일본, 캐나다, 영국 등 여러나라에서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고 기본적인 다양한 영화의 상영은 물론 각종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씨네마떼끄


우리나라에서 씨네마떼끄라고 할 수 있는 단체들은 처음에는 외국의 문화원을 중심으로한 영화보기 모임에서, 또 대학의 영상모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문화원에서는 ‘씨네클럽’, 독일 문화원에서는 ‘동서 문화 연구회’, 그리고 서강 대학교에서 ‘서강 문화 공동체’ 등이 나름대로 정기 영화 상영과 자료의 확보 그리고 연구 모임으로 활동을 해왔는데 그것이 70년대를 지나 80년대에 넘어오면서 비디오라는 매체와 함께 다양한 이름으로의 씨네마떼끄적인 성격을 갖추고 열혈 영화광들의 노력으로 서서히 그 활동 영역이 지방으로까지 확대되어 갔다. 1세대 씨네마떼끄 사람들 즉 문화원 사람들은 현재 계속 공부를 해서 감독이 되거나 후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2세대 사람들은 탄압을 받게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사는 일제 시대라는 암울한 정치, 문화사에서 태어났고 군부 독재 그리고 검열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서 올바른 영상문화를 만들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심의라는 장치를 비롯한 영상문화에 관련된 불공정한 영상관련 법과 일반의 인식 및 노력의 부족으로 우리 씨네마떼끄가 제대로 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상문화의 시대는 나날이 급변하고 달라지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90년대 초반에 서울의 ‘문화학교 서울’을 비롯하여 ‘천안 영화공방’, ‘부산 씨네마떼끄 1/24’ 등이 지속적으로 관객과의 다양한 형태의 만남과 학습이 이루어짐으로써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에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부천, 제주 등에서 씨네마떼끄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자본과 인력과 시장이 집약된 도시를 제외하곤 나름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일단 재정적으로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하여 영상 자료의 질좋은 확보가 부족하고 이런 영상 문화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자가 부족하여 운영과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각개 전투식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애보고자 작년 ‘제1회 부산 국제 영화제’ 때에 처음 전국의 씨네마떼끄 운영자들이 한데 모여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방을 순회하며 우리 씨네마떼끄의 회원들은 각 지역의 활동을 함께 이야기하고 듣고 고민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물론 ‘씨네마떼끄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의 정의를 먼저 내려야했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문화의 지형도에서 씨네마떼끄가 지향해 나갈 부분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거쳤다. 일단 우리들은 씨네마떼끄 활동의 연대를 통해서 정보의 교환은 물론 함께 활동할 공약수를 찾고 서로 의지하고 도움이 되어서 관객, 그러니까 누구보다도 자유롭지만 반대로 그 누구보다도 정열적이고 한국에서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고민을 하기로 시작했다. 정책, 연구, 기획, 홍보, 배급이라는 외형적인 틀과 대표자 회의, 연합 정관 등등 외형적인 조직과 함께 이후로 각 지역 떼끄를 돌며 많은 만남을 가지며 고민과 토론 속에 지난 5월 연세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전국 씨네마떼끄 연합(Korea Cinematheque Federation)’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대전의 ‘씨네마떼끄 컬트’는 정책분과를 맡아 연합의 정관 초안을 작성하고 연합의 의의와 위상을 정립하고 나름대로 작년 10월 영화의 사전 검열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은 이후에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와 영화주제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지지와 함께 서울에 편중된 영상문화의 편식을 막기위하여 노력하고자 한다.

 

대전의 영상문화운동을 위해


 ‘제1회 부천 국제 환타스틱 영화제’와 ‘제2회 부산 국제 영화제’의 성공을 직접 나를 비롯한 씨네마떼끄 사람들은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한껏 고양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각자의 지방에 돌아온 우리들은 나름대로의 내부 문제와 운영상의 난관에 봉착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미디어의 발달은 더이상 사람들의 발걸음을 어둡고 칙칙한 씨네마떼끄로 향하지 않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이제 이곳 ‘씨네마떼끄 컬트’는 기존 컬트의 회원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들에게 영화의 미래와 컬트의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울러 씨네마떼끄와 일반 관객과의 만남 역시 더욱 새롭게 달라져야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매니아를 위한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열린 영상 문화의 ‘시립 도서관’적 기능을 갖추어 또한 관객과의 접근 방식에 많은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며 공부하는 모임과, 직접 카메라를 들고 영상물을 제작하는 모임 등을 적극 활성화시키어 자연스런 토론 문화를 만들어 가며 영상 비평과 문화의 선도 단체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양하고 내실있는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이런 시도가 차츰 뿌리를 내린다면 아마 나름대로 한국적인 씨네마떼끄의 전형을 이곳 대전에서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대전 씨네마떼끄 컬트’를 많이 사랑해 달라고 대전 시민들에게 부탁을 드린다.

 

더불어 모쪼록 이번 열린 영화제가 대전 시민들에게 씨네마떼끄 컬트의 활동을 알리고 좋은 영상문화를 만나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