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이사가는 날!!! --박정열 ( 2002-08-03 오전 8:52:02

물에 불린 바나나 2008. 11. 26. 01:03

이사가는 날!!! 2002-08-03 오전 8:52:02
박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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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월 3일....

 

이사가는 날......이였다...

 

근데...오늘도 역쉬 기상청 놈들이 날 엿먹였다...

 

기껏 뺑이치며 준비해놨더니...비 한방으로 그냥 무너졌다..

 

무슨 나랑 악연이 졌나...!!

 

이 곳에서 정확히 20년을 살았다...물론 2년이 지난 후 다시 이곳으로 오지만...

 

웬지...웬지...오래된 친구곁을 떠나는 느낌이다...

 

내방은 천장에서 부터 벽 하나하나 틈새하나 없을정도로 포스터와 엽서로 도배가 되있다..

 

3평도 안되는 조그마한 내방에 포스터 30장과 엽서 170장 정도가 붙어있으면

 

어느정도인지는 대충 상상이 갈것이다.

 

언제나 방에 들어오면 "언터쳐블" 에 케빈코스트너가 총으로 날 겨눠줬고..공부를 할려고 책상을

 

필라치면 옆에서 "콩고" 가 무서운 눈으로 날 항상 째려봤다.

 

잘려고 바닥에 누울때면 "토탈 이끌립스"에 디가프리오가 피를 흘리며 날 주시하고...

 

그 옆에선 "화성침공"의 외계인 머리 수십개가 날 향해있다..

 

물론 그옆에 "록키호러픽쳐쇼"의 크고 두툼한 입술도 한목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방이 그렇게까지 암울한 곳은 아니다..

 

"연인" 에 제인마치를 보며 나의 이상형을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을 보며 짜릿한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물론 정면에 "투머치" 포스터에 반데라스 옆에 있는 다릴 한나와 그리피스를 보며 양다리도

 

가끔 생각해본다...후후

 

제정신이 아닐땐 천장에 "해피투게더"를 보며 저건 어떨까란 생각도 가끔은.....^^

 

힘들때는 "쇼생크의 탈출" 에 비를향해 자신의 온몸을 바치는 팀 로빈스를 보며 희망을 얻기도

 

하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의 포스터를 보며 애국심을 불살르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렇듯 소중하고 아름다운 방이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사람들은 불끄고 잘때면

 

귀신나온다고 잠을 설치기도 한다.

 

하...이놈의 비가 그쳐야 빨리 이사를 가지만...이 곳을 떠나기엔 나에게 너무 소중한것들이

 

많은 것 같다...평소에는 그냥 무심고 지나쳤던 것들이...

 

* 근데 한가지 궁금한거 내가 전번에 올린글..이 게시판에서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던데..

 

   참...사람은 10명 조금 넘는걸로 아는데...31번 조회면 어떻게 된일이지?

  황규석 야 고생했겠다.. ^^ 2002-08-04 17: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