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뒤죽박죽-뜨아~ (펌) 2002-07-28 오후 9:04:52

물에 불린 바나나 2008. 11. 26. 00:58

뒤죽박죽-뜨아~ 2002-07-28 오후 9:04:52
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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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에로티시즘] '뒤죽박죽' 황당한 쾌감

김한도 감독이 연출하고 박희수와 이슬비가 주연한 에로 비디오 <소녀의 꿈>. 제목은 몽환적인데 선전 문구는 자못 자극적이고 상투적이다. "언니 미안해. 형부에게 이제 난 더 이상 처제가 아니야."
 
어느 호젓한 산장에 남녀 한쌍이 찾아온다. 둘을 맞는 이는 산장 주인과 그의 처제. 손님들이 다짜고짜 말한다. "우리는 외계인이다. 지구인들이 '교미'하는 모습을 보고 싶노라." 이게 뭐냐…? 주인과 처제는 먼길을 찾아온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한다'. 자극적이고 상투적인 광고 문구가 탄생한 배경이다. 처제와 형부가 열심히 하고 났더니 외계인들 하는 말.
 
"우리 조상들도 먼 옛날에는 그렇게 미련스럽게들 했다고 하지. 어쨌거나 수고했다. 옜다, 받아라." 던져준 것은 섹스 가상체험기계. <데몰리션 맨>에서 샌드라 불럭이 실베스터 스탤론의 머리에 뒤집어씌웠던 바로 그 기계! 꼴이야 물론 다르지만.
 
또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공주와 악사.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려고 하니 곧바로 등장한다. 장군이다. 장군의 성이 뭐냐고? '황'이겠지 뭐긴 뭐겠는가. 아무튼 공주와 악사, 장군 셋이 엉켜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엎치락뒤치락 난리도 아니다.
 
세번째 손님은 어딘지 분위기가 스산하다. 알고 보니 귀신. 사람이 되고 싶은 귀신이다. 어릴 때 봤던 <요괴 인간> 스토리다. 한데 인간이 되려면 어찌해야 되느냐?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어야 한단다.
 
<소녀의 꿈>은 이쪽 저쪽에서 되는 대로 스토리를 끄집어온 이른바 패러디 영화다. '<재밌는 영화> 같은 영화가 히트하니 에로 비디오 업계가 이에 뒤질세라 잽싸게도 만들어냈구먼' 싶겠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패러디로는 에로 쪽이 먼저다. 족발 식으로 얘기하자면 '원조'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제목을 본뜨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에로 비디오의 맹렬한 패러디 정신은 내용에까지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소녀의 꿈>은 더욱 본격적이다. <데몰리션 맨> <은행나무 침대> 같은 영화는 물론이고 나중에는 '불경스럽게도' 단군신화까지 에로 버전으로 요리해 버린다. 놀라운 패러디 정신이다. '숨은 영화 찾기'가 패러디 영화의 장점이라면 보고난 뒤의 '허무함'은 단점이라 하겠다.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