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슈가와 여행

체온

물에 불린 바나나 2018. 1. 22. 11:13

아내가 일 때문에 보름정도 집을 비우게 되었다. 

아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집 반려견이었다.
물론 남편인 나도 걱정을 하였다. 

뭐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있다.
하긴 나도 인정한다. 나는 청소도 못하고 어떤 일의 마무리도 좋지 않다. 

대충 그리고 대강한다고 뭐 큰 차이가 있나 하는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 반려견 슈가는 더 많이 손이 가야한다. 평소 깔끔하고 똑 부러지는
살림솜씨를 가진 아내의 성격상 뭐든 대충하는 내가 

5살 반려견 푸들 "슈가"를 잘 돌볼수 있냐가 제일
걱정이 된다고 말하고 나에게 꼼꼼하게 지시를 하고 출장을 갔다. 


나는 나대로 퇴근후 더 빨리 집에
오면서 집에 혼자 남겨진 슈가를 돌보고 챙기려고 하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닌 보름... 나도 적지 않게
신경이 쓰이는 중이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때면 나도 길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하다. 

하긴 내 털털한 성격 때문에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고 푸념을 하곤 한다. 

목욕고 소독 그리고 옷, 먹을것, 잠자리 등 애지중지 키우고 있지만 버릇없게 

굴때는 가차없이 혼내고 무섭게 혼낸다.
그런데 나는 아내가 없으니 그런 우리 막내이자 외아들인 슈가에게 

집사람이 주지 말라는 간식도 주고 좀 버릇이 없더라도 같이 엉기고 뒹굴고 그런다. 

아내한테는 눈치를 보더니 아내가 없이 지내다가
내가 퇴근하고 달려오자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고 내게 안긴다. 

아내 내가 자기를 더 좋아하는 줄 아는가보다. 내가 잔소리를 안하고 혼내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슈가는 아내의 친구집에서 키우다가 여건이 안돼서 3년전 데리고 온 강아지다. 

대소변도 잘 가리고 활발한 아이다. 처음에는 산책을 나가면 다른 사람
이나 강아지들에게 어찌나 사납게 짓던지... 그래서 사회성을 기르려고 애견카페도 가고 여행도 자주간다.
지난 가을 연휴에는 남해안으로 8일간 캐핑여행을 같이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 슈가 없는 우리 부부의 삶은 상상할수도 없다. 

아이가 없기도 하거니와 집안의 따뜻하고 훈훈한 온기를 만드는 역할을 개구장이
슈가가 하고 있는 셈이다. 벅벅벅벅 아내가 주지 말라는 간식을 내가 혼자 맥주를 마시며 주는 간식을
주어서 자주 몸을 긁는다. 나도 슈가도 아내가 없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요새 나는 소파에서 슈가와 한이불을덮고 자고 있다. 

내가 담요를 덮고 누우면 내 가슴팍에 앵긴다. 그리고 웅쿠리고 잔다. 작은 담요라
좀 추운데 슈가가 착 몸에 닿으니 따스한 체온이 전해진다. 

나는 반려견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부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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