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대리운전의 기억 1.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7. 7. 23:13

언제였나 그게 벌써....

10년은 안됐고....7년전인가?

 

영화한답시고 서울 영등포 옥탑방 그리고 거기 1년만에 나와서

도봉산역 아래 반지하방에서 자취하며

생활비 번다고

대리운전이란걸 처음해봤다.

 

그래도 들은 것은 있어서 반포역에서 연락이 오면 이촌동, 하얏트 호텔, 서초동 등으로

달려가 운전을 했다.

 

술취한 사람 하나를 에쿠스에 테우고 가는데 이 사람이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김포쪽이었는데 자기 차 뒷바퀴에 쓰러질듯 위태하게 오줌을 넣는게 아닌가? 자기차에...

 

그리고 다시 달리는데 뒤에서 주먹으로 뒷통수를 치고 막 욕을 하는 거다

인사불성인 사람을 겨우 어르고 달래 집으로 전화를 해서

그 사람의 부인이 나왔는데 그냥 입 싹닫고 갈라고 그러는게 아닌가?

 

부축하고 들어가는 아주머니 등뒤에 대고 "아주머니 그냥 가시면 안되죠!"

"뭐예요?"

"저 맞으면서 운전했어요, 차비를 좀 주셔야죠...."

그 여자가 들어가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기다려야지 억울해서 못 살거 같았다.

고함을 치려는 순간 여자가 나와서 꼬깃한 배춧잎을 주었다.

 

아무 말도 없이 받고 나왔다. 막차 전철을 타고 오면서 펴보니 2만원...

에구... 참... 인생 어렵다...

 

뭐 별에별 사건이 다 있었다.

한 2~3달 했나.

 

또 기억나는 것이 그때 반포역에 앉아서 기다리면 옆의 큰 슈퍼와 가게가 문을 닫은

피로가 몰려올때쯤 눈이 반쯤 감길때쯤 도롯가 하수구쪽에서 인가 하여간

어디선가 몰려오는 시커먼 바퀴벌레 군단... 참 공포스럽기도 했다.

"저것들이 낮에는 안보이고 한 밤중에 운동회를 여나? 이사를 가나?"

 

여하튼 그렇게 날이 새고 새벽 첫 전철을 타고 또 1호선 도봉산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30대 중반의 위태로운 별 볼일 없는 하루를 맞이하곤 했었다.

그래도 그때가 그리운것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엊그제 늦은 퇴근을 하면서 지하철역 입구쪽에서 반쯤 밟혀 죽은 바퀴 벌레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