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재미

도봉뽀이(2003.12.4)

물에 불린 바나나 2007. 10. 9. 15:49
명동에서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나온시간이 밤 11시.
을지로를 지나 좀 걸었어요.
물론 영화시작전에 시간이 있어서 좀 명동 거리를 쏘다녔죠.
새로나온 겨울 잠바도 보고 신발도 보고 신나라 레코드에 가서
음악도 들어보고... 그런 재미있잖아요. 들여다 보고 사람구경하는 재미.
우연인지 모르지만 오늘 여름에 작업한 작품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명동에서도 고생스럽게 작업을 했었죠. 여름 풍경이
담긴 단편영화 시사테잎을 보고 나와서 초겨울이라고 할 12월
다시 그 거리 명동을 걷는데 아주 기분이 묘했습니다.

영화도 아주 아프고 기묘한 느낌이 들었고 해서
영화보고 나와서는 집까지 모처럼 대차게 한번 걸어볼라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네요. 신경을 쓰고 영화를 봐서그런지 모처럼 졸지는 않았는데
어깨가 결린거 있죠.. 나도 어느새 오대수가 되어있었나봐요.
리얼리즘 드라마를 추구하는 나에게 경찰이 안나오는 것은 좋았지만

안암동 로타리 가기 전 보문동에서 버스를 탄 시간이 12시 10분전이었으니까
50분정도 걸었나봐요. 그냥 편하고 좋았어요.
적당히 찬바람이 긴장시키게 만들구요. 전화한 한 친구는 퇴근하고 바로
택시타고 집에 왔다고 했는데 저눈 별로 추운줄 모르겠습니다.

광장시장 평화시장등 동대문 상가들이 양쪽에 포진한 상가를 걷는데
모자 도매상이 많은 곳에는 정말 다양한 모자들이 있더라구요.
사실 전 모자를 좋아하는데 쓰면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모자는 짱구 머리가 어울리는데 전 장구가 아니라 뒷통수가 펑퍼짐한 편이라
하여간 모자가 잘 어울리는 후배들이나 특히 동생이나 제수씨가 참 부럽죠.
좀 지나가다 보니 상가 밖에 패딩 조끼를 많이 팔더라구요...
그런데 잚은 사람들게 아니라 40대 이후의 시장사람들이나 식당 사람들
혹은 아주머니들이 입는 옷 같은 원색이 아닌 단색의 평범한 옷들이었습니다.
작업복 같은 느낌이었죠.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아니 젊음에서멀어진다는
사실은 화려함과 드러남을 자연스럽게 멀리해야하는 것인가봐요.
몸도 불면서 옷도 마찬가지고요.자신의 마음과 몸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것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서 조금 슬픈 일입니다.

사실 어제 청계천 상가를 가볼려고 했었는데 그쪽으로 양쪽 노점상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게 철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뉴스에서
나왔구요. 어제 이래저래 꾸물대다가 못 가보고 오늘 다시 그쪽으로
발길이 행했습니다. 아, 정말 도로 양평으로 있는 그들의 생계의 터전이
다 치워져 있었고 매대를 못펴게 포크래인으로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들르고 구경하는 곳인데.... 리어카에 고물을 주으러 다니는
아저씨가 막걸리를 한잔 자셨는지 허허롭게 소리칩니다.
"아니 여기 장사하는 사람들 수도 없이 많은데 다 어디로 간거야?
서울운동장으로 갔나? 허허 참나..."
청계 고가가 없어져서 일단 좋은 것은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총계천이 복원되면 정말 환경도 좋아지고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좀더 천천히 잘 준비하고 거기서 장사하면서 사시는
분들을 좀 배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은 밤 그곳은
계속 공사중입니다. 불을 밝히고 중장비의 굉음이 들립니다.

오늘 탄 십구번버스안에서는 다른 때처럼 졸지 않았습니다.
그냥 말똥말똥해지는 것 있죠.
막차 가까운 시간이라 사람들이 한산합니다.
핸드폰 캐이스가 강아지 머리 모양으로 되서 그걸로 장난치는
연인도 보이구요. 그 케이스 정말 귀엽대요. 핸드폰 펼쳐 책위에
놓으니 완전히 작은 애완견 같아요. 귀가 나풀대고요.
은갈색 머리와 은갈색 겨울 점퍼가 묘하게 매력있게 보이는
한 여자는 친구가 먼저 내리자 한동안 창밖을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버스창가에 고개를 기댑니다. 그리고 천천히 흔들립니다.
저도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흔들립니다.
버스와 함께 조금씩 머리가 흔들립니다.
갑자기 가슴속이 싸해집니다.
그냥 지나간 사람들, 잊혓지는 시간들, 한해가 가면서 또 나도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 슬퍼집니다.

전에 이런 일이 있었죠. 좀 웃겼는데 모르겠네요. 물론 나인틴
도봉산행 버스였습니다. 여름이었죠. 그날도 맨뒷자리 왼쪽이었는데
우측 끝에 앞은 커플이 장난아니게 스킨십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앞만
보고 갔는데 머리에 피도 안마른 고딩같은 애들이 바로 앞에 타더니
또 난리를 치는 것입니다. 으미... 미챠... 그래서 아예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렸죠. 세상이 말세야 하면서...그런데 버스가 신호를 받아
사거리에 섰는데 택시 한대가 옆에 쪼르르 붙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할수 없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 택시안에서 둘다 술에 취했는지
아님 둘중에 하나가 정신이상인지 포개져서 또 난리였습니다.
여자가 처음에는 옆의 남자의 다리쪽에 그냥 엉겨붙더니
버스가 출발하자
이제 반대로 남자가 여자의 하복부에 얼굴을 상체를 묻고 비벼댑니다.
무슨 택시가 버스랑 같이 속도를 내는지...
하여간 전 미치기 직전이었죠. 흐미 미쳐...남의 속도 모르고..음냐....

어제는 누군가의 생일이어서 신촌에서 좀 과하게 마셨죠.
홍대까페가서 진자 오랜만에 춤도 추게되었답니다. 흐흐흐.
꺼리낌없는 애정표현, 그리고 격력할 리듬의 음악...
새로 작업하게 된 여배우가 우리가 선물해준 목도리를 머리와 몸에 두르고
아주 흐느적거리며 천천히 춤을 추더군요. 한때 춤에 심취한적도
있었는데 이제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은퇴를 해야할때가... ^^;

춘천갔을때 소양강댐 담수호의 수심이 100여미터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 숨을 안쉬고 바닥까지 내려가서 맨 밑바닥에 터치를 하고
올라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걸을때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보면 문득 택도 없고 불가능하지만 하고 싶을때가 있잖아요.
어떠 일은 그래서 실패하고 뻔히 안되는 줄 알지만 덤벼듭니다.
그런데 제일 두려운게 있습니다.
이제 제 나이가 되니까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를 사랑하는 일은 솔직히 두렵습니다.
당신이 누구며 어떤 사람이냐라고 묻기도 아니 그런 말을 스스로 하는 것을
기다리기도 지치고 다시 내가 누구고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가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싫습니다.
그냥 억지스럽지 않게 그냥 눈이 맞아 미치면 그냥 따라가서 아니면 그자리에서
폭발(?)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런 제가 비정상일까요?

버스는 이제 방학동 사거리에 왔습니다. 털 덮인 깃의 그 브라운헤어 아가씨는
방학동 국민은행 앞에서 내리네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일어서는 걸 보니 브라운색 머리결에 브라운색 겨울 점퍼에 갈색 스커트에
긴 검은 양말을 하고 있네요. 일본풍 냄새가 나는데 아주 자연스런 코디
인것 같아요. 귀엽고 깜찍하고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난 창가의 풍경을 보며 혹은 책을 보는 사람이 더 이뻐 보인답니다.

"아야야."무슨 소리인지아세요?
방학서거리국민은행지나서 김남일 정형외과 옆에 있는 동물병원의 이름입니다.
재밌고 귀엽죠? "아야야 동물병원" 우리가 어렸을때 아파서 내는 소리
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야야라고 말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동물이 아프다면 나도 아파서
"아야야"라고 소리를 내겠죠.

도봉 한신아파트앞에 나하고 나머지 승객들이 다 내립니다. 파리
바게트위의 24시간 김밥천국집에 새 메뉴가 많이 추가되었네요. 하하
라볶기도 2000원 김치된장찌게도 2500원 밖에 안하는데 친절하고 맛있지요.

바로위 곱창집에서는 제 생일때 가보니 젊은 아주머니가 고와보이던데
어느 아저씨가 그 아주머니 보러 왔는지 혼자 와서 맥주를 시켜 먹는게
보였어요. 그런데 그때 보니 왜 골프선수 누구를 닮았던데 벼칠전
우연히 보니까 머리를 파마를 한것 같더라구요. 전에게 어울렸는데...
몇번 혼자 용Beer천가 가서 혼자 술을 마시기도 해서 또 제가 갈때마다
사진도 찍어주고 잘해줘서 가고 싶은데 오늘은 어제 과음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쪽에 있는 킹 노래방에서 투다닥하고 소리가 나서 보니까
한 아가씨가 핸드백을 가로로 메고 쓰러질듯 내려와 저를 째려봅니다.
저보다 더 충혈된 눈. 오마나, 무서워라... 고리를 내리고 고개를 돌립니다.
집에 다왔습니다. 대문앞에서 집을 바라봅니다. 컴컴합니다.
지하로 가는 아지트로가는 지하 계단에 발을 놓자
아니 이게 무슨 타는 냄새죠? 킁킁 연기도 납니다. 아~!
옆짚 혼자 사시는 아저씨가 냄비에 뭐 올려놓고 불안끄고... 큰일 날번했습니다. 다 태울뻔했습니다.
안그래도 제 가슴 시커멓게 타들어갔는데 마저 깡그리 몽땅
다 탈뻔했습니다요. 힝~ ^^;

그런데 갑자기 소주 한잔 하고 싶네요.
이런 날은 라면 국물에 김치 하나면 되죠
슬리퍼 끌고 뒷골목 구멍가게 아직 문열었으면 가서 山소주 하나 살까봐요.

蛇足:
OO 님, 저 너무 미워마세요.
미안해요..전 다 버렸답니다.
제 가슴이 너무 아퍼요.... 알았죠?
전 당신의 안녕을 빕니다.
그냥 우리 우연히 지나치면 혹은 만나면 미소만 지어주세요.
그것이 제 작은 바랍니다.
당신이 설사 절 미워하지 않았다고 해도 전 느낌으로 알아요.
그래서 그게 슬픈 거죠. 저도 작은 미소로 대하고 싶군요.
오래 행복하세요...그렇게 빌어드립니다. 다시 한번,
저 너무 미워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