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찍 생을 마감한 독일의 천재(?) 영화감독으로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였던 베르너 파스빈더(1945~1982)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은 멜로 드라마라는 테두리속에
분단된 자본주의 사회 독일의 이중적인 모습을 인종차별이과 함께 드러낸 작품이다.
청소부 엠마와 아랍계 남자 알리와의 편견속에 싹트는 사랑과 좌절이 펼쳐진다.
주위로 부터 냉대받은 남자 알리가 술집 작부와 잠자리를 하러 가서
무표정하게 옷을 벗는 모습에서
그리고 뒤에서 그 키큰 구리빛 피부를 껴안는 중간자역할의 여자의 모습의
포스터가 기억에 남는 장면의 영화였다.
이 늦은 시간 내 방 창가에 활짝피어 그 줄기마져 휜 히야신스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까?
보아주지 않으면 토라지는 것이 여자와 꽃이 닮은것 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벌써 마음부터 멀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
사랑도
꽃처럼
이제 꿈도 그들처럼
봄의 기운처럼 생동하여 피어야 하는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넥타이를 푸르고 탄천가를 걷다가
까만 밤하늘아래 줄넘기를 넘어본다.
1년전,
그 먼 이국땅의 포도 농장 일을 마치고 지친몸으로
밀두라 공항에서 다섯 시간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었다.
길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걸어갔다.
왜?
걷지 않는 삶은 죽은 나에겐 죽은 삶이다고 생각한다.
관습을 거부하고
일상을 거부하면서 살고자 했고
그렇게 살았다.
기름때가 낀 삶이 싫어서 주변부를 도는 부초 같은 인생이었는데
몇 년간 얽매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나의 불안은?
나의 영혼은?
다시 날적이를 시작하다.
다시 땀을 흘려야한다.
자유를 갈망하고 그리며...
그 아줌마 엠마의 절망의 울음소리를 기억하며
걷자.
걷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