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협의회

생산적 활동(오점균 감독)을 본 후....

물에 불린 바나나 2011. 7. 31. 00:26

참외배꼽 조회 6 |추천 0 | 2003.02.18. 14:49 http://cafe.daum.net/moviepost/Jwu/1154

<생산적 활동>
2003/ 35mm/ color/ 22분
STAFF 연출 스토리 오점균/ 시나리오 조마리/ 촬영 손원호
CAST 송이 장경진/ 창노 이응재/ 아주머니 박흥순

그 동안의 작품 행보를 보아왔을 때 오점균 감독의 이번 작품 <생산적 활동>은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차별된 하나의 분수령이 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농사(유기농)를 짓고 사는 시골 촌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조촌면 신암리>(97), 이산가족 문제를 통해 바라본 현대 남한가족성원들의 문제를 들여다본 <만수야 그 동안 잘 있었으느냐?>(01) 그리고 대안학교 이야기를 그렸다는 첫 35미리작품 <비가 내린다>(02) 등의 전작과는 다른 인물과 배경을 가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작을 다 보지 못했고 이 작품 마져 여러본 보지 못했으나 나름대로의 감상과 평을 적어보는 것은 그만큼 오점균 감독이 독립영화계에 차지하는 비중이나 파장이 남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범(참관인)인 관객들의 열띤 반응이 의미하는 것은?

영화 역시 현실을 훔쳐보는 기능이 가장 적절한 미디어매체이다. 이 영화는 현실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그래서 가난한 두 연인이 가장 원초적인 섹스를 하고 싶다는 동기에서 출발한다. 여자는 남자의 엉덩이를 남자를 여자의 젖꼭지를 탐닉하고 싶은 남들의 이목에서 자유로운 현실오부터 자유로운 장소를 찾아 도망다니다가 결국 아주머니가 사는 빈집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첫 공개시사여서 그런지 관객들은 그 은밀한 엿보기 즉 두 남녀의 생산적 활동에 기꺼이 참관인이 되어준다. 방해자가 아닌. '생산적 활동'이라 타이틀을 붙인 것은 이 두 남녀의 욕구의 해소가 그들에게는 즐거움이었고 다른 생활의 활력을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관객들은 장면 장면 마다 웃고 재밌어했다. 마치 그들 또한 스크린속의 배우들과 같은 처지였으며 한때는 그러했었던 충동을 느꼈다는 것을 동의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다수 일반 관객들의 열띤 반응-웃음과 실소-은 코미디 영화가 주는 시원한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런 웃음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웃음. 그렇다면 일단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는 지점에서 잘 컨트롤이 되어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대사와 상황설정이 그러하다.


"와~! 다 부서진다." "박았다." "너무 좋아"

배우들의 대사 몇마디에서 우리는 이 영화의 가치는 단지 하고 싶은 일-그것이 섹스란 것은 가장 공감대를 갖는 보편적인 욕망-을 무사히 주인공들이 행위를 함으로써 그리고 관객들의 위치 즉 관객이면서 참관인이면서 어느 사이에 아줌마처럼-관객은(다수) 아줌마(하나)가 되어 객석에서 소파(스크린안으로 들어가)뒤에 자리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숨어서 볼수 있는 위치를 적절히 부여하였기에 성공한 작은 코미디 드라마로 완성되게 만든다. 깔끔한 화면과 색감을 잡아낸 것은 촬영의 공이 큰 느낌이 들었고 이런 것은 상황과 분위기에 어느 정도 어울리는 무리없는 앵글을 보여주었다.

연출의 말: 생산적인 일은 항상 땀이 난다.
하는 사람도 땀나고 훔쳐 보는 사람도 땀이 나고 행위자는 욕망의 해소로 즐거웁고 훔쳐보는 아줌마는 처음 그 아줌마 세대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진기한 경험을 몰래 함으로써 은근한 배설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진귀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서 다시 유쾌한 도심-동대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배경보다는 심리에 초점을 박아놓아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여주인고의 그리 아름답지 못한 외모와 구식 헤어스타일는 여타 영화가 가지지 못한 여자 캐릭터를 또한 끌어낸다. 하고 싶다라는 욕망이 어려운 조건에서 결국은 해냈다로 뻔한(?) 의도된 결말로 전이되면서 관객은 감독의 수싸움에 단숨에 승리하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 투항한 관객들이 가져가는 것은? 독립영화의 색다른 재미를 가져가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타이틀- 혐의가 짙다.

말한대로 너무 안전적인 인물 설정으로 인해 그리고 5글자-한국영화의 5글자 선호증은 다 아실거다- 타이들에서 조각난글자를 붙이면 나오는 '생활'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일상성의 모순과 비리를 예리하게 해부해온 H감독의 관찰력을 가져온 혐의로부터 자유로울수 없고 역시 액션역시 그렇다. 마지막 부분에서 성공한 그래서 갈증을 해소한 집의 골목길을 내려가며 두 남녀가 뒤통수를 보이면 던지는 말"우리 다시 할때 찾아볼까" "또 할까"등의 엔딩 대사는 그래도 어설른 마무리지만 또 사족이지만 앞부분이 프로적인데 반해 조금은 아마추어적인 부분이다. 아줌마가 빠알간(좀 심하다) 사과를 배어 먹는다는 것-아줌마를 군침돌게 만든 그들의 생산적 활동-이나 완전한 상업영화의 코드로 전이되지 못하고 감독은 독립영화의 티(!)를 내고 만다. 그것이 색다른 작품의 위치로 가기 위한 감독 즉 만든이의 표정이었을까?

작은 아쉬움

독립영화에서 그거 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웃음을 유발하고 박수를 끌어내고 한 오점균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한 사람이다. 대박아닌 대박이 그의 올 한해의행보를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촌면 신암리>를 처음 보고 투박하지만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본인은 너무 쉽게 상업영화로 가고싶다는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 같아서 자신이 단련한 무기를 버리고(바꾸고) 전장인 충무로로 가는 달구지를 바꿔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웁다. 그것은 앞으로의 감독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표현과 목소리를 내는 방식에 있어서, 냉철하지 못한 현실인식과 바탕이있더라도 이상향을 꿈꾸고 묵묵히 나아가는 지금까지의 작품이 내는 목소리를 끝까지 견지해달라는 어떤 작은 바람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