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걷기

[스크랩] <05072003 열라졸라죙일걷기 후기>

물에 불린 바나나 2010. 8. 28. 17:12
Prologue
-까페 "뚜벅이의 길"에 대한 소고(小考)-

산다는 것은
그렇게 아픔을 이해하는 길 인가보다.
그리고
걷는 다는 것은
그렇게 아픔을 훌훌 털고
남을 한없이 이해하고
나의 욕심 많고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뚜벅이의 친구들은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다.
하여 지금 사랑하고 있지만 사랑받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외로움에 슬픔에 가슴아파하며 오늘도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익명 게시판에 오른 수많은 사연과 사연들.
익명 게시판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동시에
염원과 비원(悲願)을 담은 신문고 내지는
소원수리서 혹은
민원게시판이다.

<05072003 열라졸라죙일 걷기 번개후기>

1.대학로 낙산
07월 05일 2003년 AM 11:14
하늘지기 지혜님은 극구 아니라고 하지만 얼굴에는 성실 그 자체라고
써 있는 것 같았다. 잠실이라고 좀 기다려 달라고 하는 아자 영란님은
특유의 친근한 미끈한 목소리로 참외배꼽인 나 규석의 미소를 짓게한다.
캔디며 수건이며 디카며 아기자기 챙겨온 맏언니 산과 구름 미희 선배님의 자상함에 우리는 감탄하며
또 푸르른 7월의 죙일 걷기 번개를 낙산에서 시작한다.
날씨가 참 좋았다. 가을 하늘 같지는 않지만
며칠전의 비구름은 없어지고 쨍쨍한 태양이 만물의 덜영금을 뒤로하고
영금 어울림을 보살핀다.
종종 올라오는 낙산이지만 철마다 다름을 느낀다.
여름의 낙산은 끈적이는 도시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산에서 보면
마천루와 산동네가 함께 보인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이곳 산동네가
더 맑고 크게 들린다.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은 무엇일까?
거듭 말하지만 난 자동차 돈,기계가 아니다. 고무신이라도 나누고
초가집이라도 정이 있어야 하는 삶 그것이 국가 아니 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2 .동망봉(동망정)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다.
바라보고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도 위안이 된다. 단종의 비가 영월을
향해 눈물짓고 한숨짓다. 그 시절의 절개를 배운다.
정자에 앉아 먹는 김밥맛이 좋다. 시원한 맥주 대신 수돗물을 마신다.

3.청계천
보도를 보니 이전에 청계천은 살인천이라는 소리도 들렸단다.
일제 때 오염된 곳은 시체가 썩어 나가고 전염병이 돌았다한다.
한시대가 가고 있다. 광교와 수표교에서 놀던 이들은 이제
파고다 공원이다 동묘공원에서 소일한다. 시대와 세대의 단절은
지금 우리마저 더 빠른 디지털 세대와의 단절을 예고하기에 가슴아프다.
주름 잡힌 할머니 노점상의 모습, 단잠을 자는 우리네 어머니
과일아주머니, 야채 행상아저씨의 검은 얼굴에서 한 세대의 종말을,
쓰러짐을 보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청계천은 그런 역사의
산물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미가 애비가 애써서 키우며
얻어먹고 배우고 자라났으니까....

4.덕수궁 주위를 돌다
외세의 침략과 야욕에서 어떻게 힘없는 나라는 몰락하게 되었는가
느끼게 된다. 서울은 그런 곳이다.
도처에 역사의 상처와 흔적이 남아있다.
그래서 난 서울의 역사의 곳곳을 훑어보고 싶다.
주변의 많은 외국 공관들. 저마다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노린다.
그리고 그 한복판 미 대사관저는 삼엄한 경비망에 놓여있다.
두 소녀를 만났다. 덕수궁 돌담길 벤치엔 앉아
김밥을 먹소 일어나던 소녀들.. 우리가 그들의 자리에 앉았다.
두 소녀는 동갑이라지만 한 아이는 아주 작고 수줍음이 많다.
그소녀가 자라서 나들이 왔던 네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걷기 여행에서 우리는 과거이지만 타인의 미래시대를 발견한다.
그리고 진행형인 역사...
나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잠시
미래 진행형과 과거진행형 그리고 현제 진행형의 공존(共存)을 꿈꾼다.

5.남산 해방촌
일제의 병참기지가 지금의 용산이자 국방부 건물이다.
그리고 일본인을 상대했던 유곽이 이제 미군을 상대로
한 유곽이 되어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한국속의 미국 용산과 이태원의 한 자락에 지금도 해방촌 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가파른 언덕 길에서 고단함 삶을 살던 사람들의 후예들이
지금도 살고 있을 것이다. 영어 간판도 쉽게 보이고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남산순환도로는 일본인들이 건설했다 한다.

6.잠수교
반표대교 아래로 잠수교가 있다.
중간에 볼록 올라간곳이 낙타봉이라한다.
마침 한강 유람선이 그 밑을 통과한다.
3,4미터 아래의 배의 등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
여름철 폭우가 치는 소나기가 내리는 길을 많이 걸었었다.
가로등아래로 비가 퍼붙고 다리 아래를 비를 맞고 걷다가
잠시 다리에 서서 보면
그 아득한 심연의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유혹.
몸을 던져 휘청 그곳에 뛰어들어도 누구도 알수 없으리라.
그 아픔과 고통을..
그냥 그렇게 스러지고 사그러드는게 촛불 같은 인생.
우리 네 사람의 피로도 극에 달한다. 6시간을 넘게 걸었다.
그러나
땀을 같이 흘리지 않고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밀어주고 땡겨주며 우리는 어느덧 걷기 여행을 통한 가족이 된다.

7.동작역
은 참 기묘하다. 이 동작역 로터리는 자동차로 진입하고 나오기도 좀..
근처에 아파트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궁긍적으로 국립묘지를
위해 생긴 것이다.
오늘 보니 한강공원으로 가는 아지트 역할도 하고 있었다.
동작대교는 위로는 청담, 올림픽, 잠실
아래로는 가양, 마포대교등 한강의 허리 구실을 하고 있는 것같다.
지하철 9호선 공사로 무척 분주하지만
역은 한산하다. 독특한 지형과구조를가지고 있다.
동작역에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하고 싶다.

8.동작동 국립묘지
유치원때 서울 소풍을 가지 못해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28년 만에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우리에게 피해를 직접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곳
월남에 가서 피를 뿌렸고 그곳 사람들을 죽였다.
대통령 묘는 저 위 제일 높은
곳에 있는데 가장 위에 있어야할 분들이 무명 용사들이 아닐까?

9.총신대역 에서의 후기
땀나고 힘들어서 모두들 군소리 별루 없이 감자탕 국물에 밥을 그것두
조심스레 먹는다. 나두 그렇다. 3시간이나 잤나.... 카다란 쌍거풀 눈에 벙거지 모자가 이뻤던 아자님은 연신 다리를 안마하고
산과구름 선배는 땀이 많이 나 얼굴이 쏙 들어갔다.
가녀린 우리 하늘지기님은 어찌 그리 강단이 좋은지... ^^
7시간이 넘은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작은 추억을 만들고
또 작지만
힘을 합쳐 이룬 소중한 성취감에
난 어제 미친 듯이 죽은 듯이 잘 수 있었다.
"모두들 어제 수고 많이 했어요. 다음에 우리 또 만나요. ^^ 화이팅!"


EPILOGUE
-걷기 기도문(걷기도문II)-

나는 두 다리가 없었더라면
배를 땅에 대고라도 내가 딛고있는 대지(大地)를 기어(걸어)가리라.
뚜벅뚜벅 걸을 수 없다면
기어코 땅을 대지를 축으로 기고 또 기어가리라.
한 줄 인라인도 두 줄 바퀴 자전거도 네 바퀴 자동차도 온전히
자연의, 대지의 여신이 주는 생명의 힘에 대한 경외함을
걷는 행위 즉 두 다리 자체보다 온전히 체험할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가진 것이 없다.
하여 나는 잃을 것이 없지만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내가 걸을 수 있기에
나는 참 많이 가진 사람이고
내가 만약 걸을 수 없다는 것은
나는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일 것이다.

지금 나는
온전히 걷고 있는가?

지금 나의 두 다리 나의 두 발은
나의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평화의 수호신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삶의 오르막길, 비탈길, 안개 길 등 어떠한 길도
언제나 함께 걷기와 함께
이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하리라.
출처 : ㅡ세상걷기ㅡ
글쓴이 : 참외배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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